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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김 앎 Apr 01. 2021

내 전공, 적성에 맞는지 모르지만 일단 다닙니다

전공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모르는 당신이 알아야 할 사고 프레임


- 목 차 -


1. 내분야병 4년차입니다.

2. 올인전략? 0(영) 아니라면 STOP도 전략!

3. STOP이 전략이 될 수 있는 이유

4. 누가 모릅니까? 문제는..

5. 올인전략 탈피하게 된 계기

6. 그래도 될 때, 아니 그래야 할 때




내분야병 4년차입니다.

"대학생인데 내 학과가 내 길인지 모르겠어요."

"어찌저찌하여 일단 취업했는데 이 업계가, 이 직업이 나한테 맞는 건지는 의문입니다."


어딘가 비슷한 듯 보이는 이 두 고민들. 20대 대학생 새내기, 사회초년생부터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내분야병(이게 내 분야일까요?)'에 대한 집착은 집요하고도 강력합니다. 이쯤 되면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이 분야가 맞는 길인가?'는 평생 안고 가야 할 꼬리표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다행인 건 답도 없는 듯한 '내분야병'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낸 사람들의 조언들이 꽤나 시중에 많이 풀렸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이 물론 케바케이고 사바사(사람by사람)라 하지만 그 개개인의 팁들을 모아봤을 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지배적인 방안이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다수의 유튜브 콘텐츠와 도서, 칼럼 등을 참고했을 때 '적성'과 관련된 조언들은 몸에 좋은 쓴 소리로 가득합니다. 특히 지배적인 의견은 이거였어요. "내 적성에 맞는지를 의심하기 전에 진심으로 내 온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 부어 그 분야를 경험해보았는가를 판단해보자"(전 *올인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4년 전 처음 들었을 때의 심정이 잊혀지지 않네요. 제 마음을 핀셋으로 후벼파듯, 따끔따끔했었죠.


올해로 '내분야병'과 함께 한 지 약 4년차입니다. 처음 위 조언을 들었을 때보다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기준과 노하우도 생겼고요. 이미 올인 전략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으니 전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아. 물론 전 4년 전 처음 올인 전략을 알았을 때 "유레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덕분에 회의감이 드는 학과에서도 인턴이든 실무경험이든 1,2년은 더 진득하게 이 분야를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가져봤구요. 




올인전략? 0 아니라면 STOP도 전략!

어쩌면 전 올인전략이 내심 반가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의심말고 다른 분야 눈 돌릴 생각 말고 가던 길 쭉 걸어가라는 말로 들렸으니까요. 하지만 그에 맞선 '꼭 굳이 0 아닌 것 같은 분야에서도 그래야 하나. 더 FIT한 내 분야 없나'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 데에는 '내분야병'이 한 몫 했죠. 그 진득한 1-2년은 더 잘 하거나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알아보고 투자해도 되는 1,2년이기도 하니까요. 


그 덕에 전 다른 접근을 할 수 있었어요. 이건 아니다 싶은 분야를 계속 잡고 있다면 잠시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전략이라는 점. 그리고 그 길을 현재 걸은지 3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올인 전략을 따르기 전 제 이야기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려요. 물론 저도 그 올인전략에서 벗어나 이 새로운 접근법을 체화하는 데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그전까지는 계속 달콤한 올인전략에 홀려 '아동복지학과' 학부생 시절, 1년을 올인 전략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매일 주문을 외웠죠. 


"그래. 아직 학교 수업만 들어봤잖아. 이론이 흥미 없는 건 당연하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분야를 이해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겠어. 일단 더 버티고 투자해보자." 


하지만 돌이켜보면 버틴다는 그 마인드는 저를 더 아프게했습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조금만 더 내 학과에서 정을 붙여 경험해보자는 생각에 가까웠으니까요. 매일을 학과수업에서 배운 내용 복습과 학과 스펙쌓기(대외활동일정), 관련업계 종사자들 만나 조언듣기로 바쁘게 보내면서도 그 바쁜 24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덕에 '무기력함'과 '우울함'도 덤으로 얻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실무경험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주입시켰으니.. 숨이 턱턱 막혔죠.




STOP전략이 될 수 있는 이유

오늘날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여 개의 직업과 전문 분야들이 등장과 사라짐을 반복합니다. 그 모든 분야들을 물론 하나 뿐인 내 몸과 정신으로 일일하게 다 부딪혀보고 FIT함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고요. 하지만 그 과정이 막연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지금의 전공에서 배움의 기쁨을 못 느끼는데도 버티고 있다면 잠시 STOP하는 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지금의 학과에 내가 선택해서 들어갔다는 이유로 내 전공이 100% FIT할거라는 판단은 짧은 생각일 수 있어요. 생각보다 우리는 전공을 선택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기도 하니까요(수능성적에 맞춰 간다거나, 호기심에 재밌을 것 같아서 혹은 선배나 선생님, 지인이 추천해서 등등). 실제로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저 또한 아동복지가 다른 분야들과 비교했을 때, UNFIT한 쪽에 가까웠어요.


그러니 지금 내 전공이 0 아니거나 정 붙이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땐 잠시 멈추고 '학과의 재학생' 딱지를 떼어내는 작업을 해도 좋아요. 그리고 '내 이름 석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죠. 멈추고 조금만 집요하게 생각해보아도 UNFIT한 분야들에게 빼앗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비축하여 나와 더 FIT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시간, 돈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혹은 그럴 분야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에 대해 고민한 그 시간만큼은 충분히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모릅니까? 문제는..

20대를 경험해본 인생 선배들(유튜버, 지인 등등) 가운데 많이 들었던 말. "지금이 좋을 때다. 20대는 최대한 경험을 다양하게 해봐야 해. 지금은 하고 싶어도 못해" 안타깝게도 지금이 좋을 때인 걸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제가 모른다는 겁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지만 와닿지 않았어요. 그래서 빠르게 끝난 마인드셋팅과는 달리 실제 타분야도 여유롭게 탐색하고 경험해보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 순간의 저처럼 '지금 20대는 헤매도 괜찮을 때'임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뒤의 이야기들을 계속 보셔도 좋을 겁니다. 당시 저를 주춤하게 만든 '내가 지금 여기서 멈춘다면, 뒤쳐진다' 사고 프레임이었어요. 제 주위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계획대로 착착 걸어가는 동기들, 친구들이 많았던 게 이유죠. 욕심도 많고 뒤쳐지는 것도 싫다보니 제가 지금 걸어가고 있던 이 분야를 멈추고 다른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시작하는게 비합리적인 판단일까 걱정이 되었어요.


또 하나의 문제는 금 내 전공이 FIT한지 UNFIT한지 당시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내 전공이 내 적성이 아니었다! 라고 생각해 방향을 틀었다가 알고보니 더 FIT한 적성분야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그것도 꽤나 골치 아픈 일이었죠. 이를 알기 위해서는 '아동복지'와 비교할 만한 또 다른 분야(대상)가 있어야 했는데 그동안 제 전공에 '올인'했기에 견줄 만한 대상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주변 대학생들도 저와 크게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자신의 학과가 좋아서 있다기 보다는 '이 학과 학부생이니까 과제하고 수업하고 스펙쌓는 것' 으로 여기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는 지금도 대학강의실에 앉아 가만히 수업을 들어보면 단 번에 알 수 있는 현실이기도 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선택해 들어온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적성과 상관없이 자신의 전공 수업을, 전공 그 자체를 애정하고 '내 적성이다'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1) 내 전공분야가 맞지 않다고 판단할 근거 부족
(2) 내 전공분야보다 나와 더 잘 맞는 분야 모름 (3) 다들 나처럼 살아감




올인전략 탈피하게 된 계기

"아동심리, 아동복지, 창업, 베이킹, 푸드콘텐츠, 언론PR, 온라인마케팅, 브랜딩, 퍼스널브랜딩, 긍정심리학"


앞선 3가지 이유로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올인전략의 덫에서 벗어나 '타분야로 한 눈 팔기'에 성공했습니다. 이 분야들은 제가 책에서, 실전에서 경험한 분야들이구요. 글을 마무리짓기 전, 살포시 제가 3가지 심리적 요인을 극복하고 '다른 분야 탐색하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계기를 말씀드릴게요. 


사실 '적당하게 안정적으로 지금 전공 분야에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직장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니고 싶지 않은 직장과 원치 않은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처럼요. 하지만 벌써 그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기엔 아직 너무 '젊다'와 '억울하다' 하는 감정이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고 직접 몸도 담가보며 제 자신이 흥미로워 하는 분야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했던 지난 3년. 처음엔 정착하지 못하고 탐색하는 제 모습이 반갑지 않았어요. '쉽게 질려하는 나의 성향' 탓에 이러다 영영 '내분야병'을 안고 살면 어떡하나 걱정도 들었구요. 한 눈을 팔아도 너무 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여러 분야로 발을 내밀어 보고 또 걸어보는 데에 힘을 실어준 본질적이고 거시적인 이유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될 때, 아니 그래야 할 때

최소 3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100세 시대라는 말에 동의하는 미래학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몇 년전 처음 이 이야기가 돌았을 때의 반응과 지금 대중의 반응은 사뭇 달라졌죠.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막연한 한숨이 가득한 게 현실입니다. 왜일까요? 저는 '그럴 만한 일도, 분야도 없다'가 꽤나 높은 비중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발맞춰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려면 적어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들이 어떤 맥락의, 어떤 유형의 것인를 탐색하고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은 필수가 되었어요. 나와 FIT한 분야를 시간을 투자해 알아보고 고민해본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시장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프레임으로 생각을 해보니 '취업준비'= 20대 라는 프레임 위에 색다른 프레임이 씌워졌습니다. '나에 대한 공부, 내 진로 탐색을 본격화할 때' = 20대 라는 프레임이죠.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이들이라면 다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10대가 주어진 학업 공부를 하며 진득히 엉덩이 붙이고 공부할 수 있는 끈기와 역량을 체화하는 시간이라면.. 그렇게 13년 간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맞이한 20대엔 그 노하우를 어디에, 어떤 분야를 공부하며 쏟아낼 것인가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몸담아 배우고 애정으로 아껴줄 분야가 뭔지는 알아야 또 달리지 않겠어요.


"언젠가는 해야 한다면, 지금하는 것이 빠르다."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큰 사고를 하는 데에 오늘의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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