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접한 자기계발서와 성공심리학에서는 공통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원리, 부자가 되는 사고방식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그간 성공한 사람들의 원리를 파헤쳐보니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 팩트에 근거한 내용이라 더욱이 매력적이었다.
⠀
지난 1년간 질리도록 @do.animmalgo 계정을 운영하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온몸으로 습득하도록 애썼다. 그 과정에서 '내 기존 사고프레임을 지우고 성공 프레임을 입력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현실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들수록 그들의 사고 프레임을 강하게 입력시켰고 그 결과 누군가 내 팔을 꾸욱 누르면 바로 공식이 튀어나올 정도가 되었다.
⠀
내가 해온 모든 사고 시스템을 다 부정하는 일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 때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사고관들이 다 '가난한 사고법'일 것이니 그 도태된 악습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 절차라고 정당시 여겼다.
⠀
2. 분해해본 내 생각들
몇 개월 전부터 혼란스럽고 찝찝한 감정의 연속이었다. 글을 그렇게 많이 쓰면서도 뭐가 불쾌한지 내 스스로 정의할 수 없어 답답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그래서 매일 내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문장들을 다 들춰보고 WHY를 묻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게 정말 맞아?' '이거 정말 네 생각이야?' 수도없이 물어봤다.
⠀
그간 내가 '어른이 되어 비로소 갖추게 된 내 생각들'을 뒤집어보니 그 출처가 '나'인 것이 거의 없었다. 내가 1년간 해온 공부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나다운 가치관을 새롭게 만드는 공부'가 아니라 단지 또 다른 세계가 주장하는 정형화된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부를 하였던 것이었다.
⠀
내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도 복잡하지 않았다. 내가 매일하는 생각과 해온 공부들에게서 더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들은 '돈많고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 핵심요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사고가 뚜렷한 덕에 성공한 이들'이 많았다.
3. 왜 성공학에 집착했었는가
나 자신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대학생이 되었다. 욕심은 많고 성격은 급해 빠르게 성공하여 자유를 얻고 살고 싶었다. 대한민국 입시교육에 불만이 많았고 획일적으로 6년간 입어온 교복도 벗었으니 그 누구보다도 구분되고 차별성있는 '나다운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때마침 접한 성공학은 그러한 내게 희망처럼 들려왔다.
돌이켜보면 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은 지금이나 그때나 부족했다. 국영수 공부만 해봤지 '나'를 중심에 둔 생각과 판단, 의사결정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 가운데 '나를 아끼는 마음'과 '현실보다 더 나은 삶을 잘 살고 싶다는 의지'는 내게 성공학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성공 프레임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공부를 '내 인생에 대한 공부'와 동일시여겼다. 내가 고등학생 때까지 보았던 조그마한 세계에서 탈피해 더 큰 세계관을 경험하는 듯했다. 그것만 해도 현실 속 내 옆에 있는 대학생들과는 구분되는 또 하나의 무기를 얻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 결과, 더 이상 내 사고가 나의 것인지 시중에 돌아다니는 부자들의 사고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4. 또 다른 성공 이데올로기의 탄생
어느 성공심리학 수업은 철학에 가까운 수업도 있었다.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하고 더 이상 '인생'이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성공하기 위한 개인의 능력을 쌓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 부족한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는 도움되는 조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수 만명의 사람들이 다 '인생'이란 뭐고 '인간'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존재인가를 동일하게 합창하듯 입모아 말하는 것. 이건 뭐 기계 찍어내듯 생각찍어내는 생각 공장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조금 무서운 이야기 아닌가 싶다.
우리를 둘러싸는 자기계발 콘텐츠들을 보면 무섭게도 꽤 높은 비율이 부자들의 생각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가 많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보아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로 썸네일과 제목에 '반드시 부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과 같은 자극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마치 이 사고 체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듯 말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성공'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온라인이 발달되니 아주 빠르게 '생각 거름망'이 없는 젊은 이들에게 퍼져나간다. 니즈와 원츠가 '성공'에 맞춰진 '자신의 인생을 잘 살고 싶은 친구들'에게 그 이론은 매우 흡입력있고 강력하다.나도 그랬듯.
5. 내가 꿈꾸는 세상
어떠한 주관을 갖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내 입장에서 바라볼 줄 아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꼭 멋진 일을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 사고의 출처가 '나'이고 이것이 분명한 색깔이 있을 때가 특별한 것 같다.
성공을 하고 싶다고 해서 부자들의 사고관을 다 내껏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그간 내 가치관을 적은 1년의 기록을 살펴보니 '내가 원하는 인생'이 어떤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성공, 행복이 어떤 것인지 조차 기존에 부자들이 적어놓은 책들을 발췌하여 정의내렸다는 한계점이 보였다. 예를 들어, 행복의 정의에도 '3F(Family/Fitness/Freedom)'를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의 뿌리를 의심해보고 'WHY'를 묻는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
'나답게 살기'가 퍼스널브랜딩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 사회에서, 그 나다움이 오직 성공하기 위한 '차별화된 능력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까 걱정이다.보이지 않는 내 생각도 '나다운 차별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직장인들도, 퇴직한 분들도 '나다움'이 뭔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나다운 생각'을 하는 방법론을 찾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전에 좀 더 '나다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같이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사회가 공통적으로 입모아 이야기하는 사고 프레임에 대해서도 각자의 프레임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가 당연시되면 좋겠다. '자신의 색깔이 담긴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이 친구하고 대화하며 살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