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맘카페에 모집글을 올리면서 엄마들과 모여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꽉 찬 2년이 되어간다. 규칙도 이름도 없는 느슨한 모임이었지만 그간 멤버들도 많이 늘었고, 모임 이름도 정하면서 조금씩 모임이 단단해져갔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2024년에도 스무 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올해 초, 완독을 위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동시에 의미를 더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완독기부'를 떠올렸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천 원씩 모으기. 그리고 연말에 우리 책모임 이름으로 기부하기. 이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모임원 모두가 흔쾌히, 적극적으로 동의하셨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얼마나 기쁜일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각자의 이름을 쓴 예쁜 봉투에 일년 간 기부금을 모았고, 드디어 지난 모임에서 서로의 봉투를 확인했다. 모임에 참여는 못했어도 책을 읽고 천 원씩 넣은 분, 뒤늦게라도 마저 읽고 돈을 담은 분들의 정성이 모였다. 엄마의 완독기부를 보고 아이들고 참여하고 싶다며 용돈을 더한 분도 계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9명의 엄마와 두 명의 아이가 함께하여 모인 돈은 총 142,000원. 비록 소액이지만 뿌듯한 마음이 담긴 소중하고 귀한 돈이다. 엄마들의 마음을 담아 세이브더칠드런의 염소보내기와 기아대책의 아동생일선물후원을 골랐다. 빨간염소 10만원, 생일선물후원 5만원. 작지만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따스한 희망이 되면 좋겠다.
나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할 수 없던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되고 의미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 모임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들이 더없이 행복하고 즐겁다. 책을 읽고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답을 들으면서 내 삶은 점점 풍족해졌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단순히 책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것을 말하는게 아니다. 책모임을 통해 나는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더 다정하고 더 성숙한 사람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니 내년에 나는 지금 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 책모임을 더 밀도 높은 모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