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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와 팽이버섯

by 피어라

시간이 너무 빠르다. 누가 불러대는것도, 잡아당기는것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급히 가는지. 시간은 기다려줄 생각이 전혀 없나보다. 커다란 활로 쏘아 맞추거나 줄다리기해서라도 해가 늦게 지도록 하고 싶었던 신화처럼 나도 할 수 있으면 시간을 매어두고싶다.


벌써 11월도 종반이고, 25년은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다. 나의 노화는 가속도가 붙어 점점 인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내가 책임져야할 아들은 아직 어린 짐승이다. 오래 전 육아선배가 어린 아이 키우며 농담으로 한 말이 생각난다.

"할 수만 있다면 뻥튀기 기계에 넣고 뻥하고 튀겨서 얼른 큰 애로 만들고 싶지, 쟤를 언제 키우니."

언제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예뻐 죽겠다였는데, 그 눈 한 번 깜빡이고나니 힘들어 죽겠다를 연발하게 만드는 육아. 고되고 힘든 육아의 날들에 지쳐 얼른 자랐으면 싶은 마음이야 다 똑같겠지.


그런데 이렇듯 저물어가는 나이가 되고 다시 생각하니 아이들이 천천히 자라는게 낫지 싶다. 어차피 사그라들 육신, 나도 모르게 편협해질 마음, 알면서 완고해지는 머리가 되기 전, 아직 말랑하고 부드러운 짐승의 시간을 아이가 더 오래도록, 마음껏 누리면 좋겠다. 부디 천천히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있어 피터팬이 나오게 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든 아들의 발등을 쓰다듬는다. 이미 나보다 훌쩍 커버린 키, 거뭇거뭇 나기 시작한 수염, 굵어진 목소리. 아들은 조금씩 두터워지고 있었다. 더 알차게 채워서 내보내야겠구나. 넓은 어깨에 자기 삶을 지고 걸어가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팽이버섯같던 발가락을 두 손으로 모아쥐며 혼자 다짐했다.




*쓰다보니 맨날 아들 얘기네요.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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