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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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인물에 관한 책이다. 제목과 달리 딱히 승자라고 하기 힘든 게 책의 뒷부분의 두 인물은 역사상 천하의 쌍놈이기 때문이다.
일단 상당히 읽기 편한 전쟁 역사책이다. 어마어마한 추천사 덕분에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읽혀서 잘못 집어왔나 했다. 한데 작가가 어떤 초월의 경지를 지나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뜻밖의 수확은 독재자들에 대한 부분이었다. 역사 속 지독한 독재자들이 어떻게 대중을 휘어잡았을까, 어떻게 독재 시스템을 구축했을까, 역사의 패자로 가려진 매력이 무엇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넷플릭스에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긴 하지만 흥미성이 부족해 다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 덕분에 가장 지독한 독재자 두 명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바로 히틀러와 스탈린이다.
특히 히틀러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삼자적 입장에서 당시 독일국민이 그렇게 열광할 만한 매력이 숨겨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상상하곤 했는데 그냥 이놈은 개ㅂㅅ이었다.(별다른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ㅂㅅ에게 독일의 우수 인재들이 감동하며 충성을 바쳤을까?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알아가길 바라며 굳이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사람은 자신이 가진것만으로 삶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건 정말 좋게 교훈적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좀 더 현실적이고 네거티브하게 하자면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최대한 거짓으로 부풀려 이야기하라’ 이다. 위 두 문장이 잘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부족하디 부족한 인간의 달콤한 거짓말이 자국과 전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도는 알게 될 것이다.
독재자들의 객관적 평가를 읽다 보니 어째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야기였다. 현재 우리를 직간접으로 지배하는 정치인들도 이런 방식으로(거짓부렁 짓)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달콤한 거짓과 달콤한 선동들이 서로 충돌하며 오히려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당시 독일에 히틀러 두 명이 있었다면 현대의 평화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나폴레옹, 처칠, 대처 등 승자의 입장에서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 역사 속 인물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의 말미에는 책 속 영웅들과 빌런들의(승자?) 공통점을 정리해주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그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시스템에 안주하는 자와 시스템을 지배하는 자, 승자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래서 역사 공부가 중요한가보다.
얼마전 문득 어떤 문장이 떠올라 메모해두었었다. 한동안 이 가설을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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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쉬운길을 찾는 인간들에 의해 위태로워지고 그 위태로움은 어려운 길을 찾는 위태로운 인간들에 의해 균형을 찾는다’..
전쟁은 인류에게는 재앙이지만 지구의 입장에서 백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