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한 구름에 둘러싸여
그대, 결심을 한다
펄럭이는 바지를 입고
넓은 강의 물살을 거슬러
양팔 허우적대며 걸어왔던 시간
그 속에 때로
장미꽃의 선홍이 가슴을 찔러
폭죽을 터뜨린 날도 있었더랬다
여린 가지에도
간신히 그림자를 드리워
나를 덮어 준 그대
버티고 버텨서
오늘을 살아냈건만
그대, 이제 몽글한 구름에 싸여
결심을 한다
나는 밥을 먹는다
그대의 결심을 외면하고 밥을 먹는다
밥을 꼭꼭 천천히 씹어 오래 먹으면
그대의 결심을 미룰 수 있으려나
이제 구름을 한 점 한 점 뜯어낼 시간
그대의 결심은
꺾지 못할 단호함으로
줄 끊어진 풍선처럼
그대를, 조금씩 조금씩 하늘로 띄운다
알겠어요
이제 바람을 불어줄게요
당신을 묶고 있는 모든 구름 덩이들을 날려줄게요
사아아악-
쉬이이잉-
하얀 가루가 된 구름이 그대를 놓아줄 때
그대도 하얀 가루가 되어
고요히 날아간다
날 떠날 결심을 기어코 한 그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