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중독 고치기 프로젝트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인가 아니면 원래 다들 그런 것인가. 10개월 딸아이는 기껏 장난감을 사줘도 어린애 장난감보다는 실생활용품 가지고 노는 걸 더 좋아한다. 한동안 최애는 주방 비닐이었다. 종이박스에서 하루에도 몇백 장씩 비닐을 뽑으며 놀았다.
요즘 최애는 버튼 누르기. 집안에 있는 온갖 기계의 버튼들을 누르고 반응이 오는 걸 좋아한다. 커피머신 버튼을 누르게 해 주면 좋아하고 리클라이너 소파 버튼을 누르며 소파가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젖병소독기가 켜지는 걸 보고 눈을 반짝이길래 만지게 했더니 혼자서 껐다켰다를 반복하며 너무 행복해했다.
그런 딸아이가 눈 뒤집어지게 좋아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핸드폰. TV는 보여주지 않아도 핸드폰은 내가 가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노출됐다. 특히 지방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또 사진을 찍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보게 됐다.
처음엔 아기가 핸드폰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게 신기해서 내버려두었다. 아기가 만지면 뭘 얼마나 만지겠나 싶어서 방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손놀림이 익숙해지더니 스피커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면 자꾸 빨간색 종료 버튼을 눌러서 꺼버린다. 못 끄게 하니 신경질이다. 심지어 핸드폰 속 자기 사진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걸 넘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 혼자 사진도 찍는다. 분명 꺼진 핸드폰을 쥐어주고 잠깐 청소라도 할라치면 찰칵찰칵 버튼을 누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문제는 핸드폰을 빼앗았을 때다. 좀 심하다 싶어서 핸드폰을 뺏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다시 핸드폰 내놓으라 이거다. 내가 폰으로 뭐 좀 하려 해도 다가와서 자기가 하겠다며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때아닌 아기와 핸드폰 쟁탈전을 버리며 ‘이거 내 거야’라는 유치한 멘트를 시전한다.
너무 이른 미디어 노출이 안 좋다길래 TV도 안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핸드폰은 노출시켜도 되는 걸까 걱정됐다. 그나마 핸드폰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나름 상호작용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며 푹 빠지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싶다.
사람 참 다 똑같다. 그래, 이 엄마도 핸드폰이 너무 재미있는데 너도 재미있겠지. 10개월밖에 안 됐으면서 자기도 사람이라고 시시한 장난감보다 핸드폰 좋아하는 거 보니 웃기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재미있는 걸 엄마가 옆에서 계속 보고 있으니 얼마나 자기도 하고 싶겠는가.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 이 얼마나 인간으로서 치사한 조치인가.
“좋아! 나도 이제 핸드폰 안 본다!”
아기의 핸드폰 사랑을 막기 위해 과감히 결심해보았다. 아기는 어른 하는 거 고대로 따라 한다 하지 않았나. 일단 내가 핸드폰을 안 봐야지 아기도 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핸드폰은 아이의 시선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놓고 나는 아이에게 집중했다.
물론 쉽지 않다. 이미 나는 폰 중독이었던가. 잠깐 사이에 핸드폰 속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카톡이 온 건 없나, sns엔 누가 뭐를 올렸나, 갑자기 검색해보고 싶은 것도 떠오른다. 하지만 내가 폰을 잡으면 다시 눈을 밝히며 다가올 아기를 생각하며 꾹 참았다. 가끔 아기가 너무 귀여워 이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할 때만 빠르게 찰칵찰칵 찍고 다시 폰을 숨겼다. 예전 같으면 찍자마자 가족단톡방에 아이 사진을 자랑했겠지만, 그것도 참았다.
아이고 참 내가 아기 때문에 핸드폰을 다 끊다니. 그래도 우리 아기가 벌써부터 핸드폰만 보기보단 다양한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으니까 꾹 참아본다. 아기가 했으면 하는 행동은 나부터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아기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나부터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래서 육아가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