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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Apr 29. 2021

아기가 핸드폰을 너무 좋아해요

폰 중독 고치기 프로젝트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인가 아니면 원래 다들 그런 것인가. 10개월 딸아이는 기껏 장난감을 사줘도 어린애 장난감보다는 실생활용품 가지고 노는 걸 더 좋아한다. 한동안 최애는 주방 비닐이었다. 종이박스에서 하루에도 몇백 장씩 비닐을 뽑으며 놀았다.


요즘 최애는 버튼 누르기. 집안에 있는 온갖 기계의 버튼들을 누르고 반응이 오는  좋아한다. 커피머신 버튼을 누르게  주면 좋아하고 리클라이너 소파 버튼을 누르며 소파가 움직이는  좋아한다. 젖병소독기가 켜지는  보고 눈을 반짝이길래 만지게 했더니 혼자서 껐다켰다를 반복하며 너무 행복해했다.


그런 딸아이가  뒤집어지게 좋아하는  있었으니 바로 핸드폰. TV 보여주지 않아도 핸드폰은 내가 가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노출됐다. 특히 지방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사진을 찍으며 하루에도  번씩 핸드폰을 보게 됐다.


처음엔 아기가 핸드폰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게 신기해서 내버려두었다. 아기가 만지면 뭘 얼마나 만지겠나 싶어서 방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손놀림이 익숙해지더니 스피커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면 자꾸 빨간색 종료 버튼을 눌러서 꺼버린다. 못 끄게 하니 신경질이다. 심지어 핸드폰 속 자기 사진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걸 넘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 혼자 사진도 찍는다. 분명 꺼진 핸드폰을 쥐어주고 잠깐 청소라도 할라치면 찰칵찰칵 버튼을 누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문제는 핸드폰을 빼앗았을 때다.  심하다 싶어서 핸드폰을 뺏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다시 핸드폰 내놓으라 이거다. 내가 폰으로   하려 해도 다가와서 자기가 하겠다며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때아닌 아기와 핸드폰 쟁탈전을 버리며 ‘이거  거야라는 유치한 멘트를 시전한다.


너무 이른 미디어 노출이 안 좋다길래 TV도 안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핸드폰은 노출시켜도 되는 걸까 걱정됐다. 그나마 핸드폰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나름 상호작용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며 푹 빠지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싶다.


사람 참 다 똑같다. 그래, 이 엄마도 핸드폰이 너무 재미있는데 너도 재미있겠지. 10개월밖에 안 됐으면서 자기도 사람이라고 시시한 장난감보다 핸드폰 좋아하는 거 보니 웃기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재미있는 걸 엄마가 옆에서 계속 보고 있으니 얼마나 자기도 하고 싶겠는가.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 이 얼마나 인간으로서 치사한 조치인가.


“좋아! 나도 이제 핸드폰 안 본다!”


아기의 핸드폰 사랑을 막기 위해 과감히 결심해보았다. 아기는 어른 하는 거 고대로 따라 한다 하지 않았나. 일단 내가 핸드폰을 안 봐야지 아기도 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핸드폰은 아이의 시선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놓고 나는 아이에게 집중했다.


물론 쉽지 않다. 이미 나는 폰 중독이었던가. 잠깐 사이에 핸드폰 속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카톡이 온 건 없나, sns엔 누가 뭐를 올렸나, 갑자기 검색해보고 싶은 것도 떠오른다. 하지만 내가 폰을 잡으면 다시 눈을 밝히며 다가올 아기를 생각하며 꾹 참았다. 가끔 아기가 너무 귀여워 이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할 때만 빠르게 찰칵찰칵 찍고 다시 폰을 숨겼다. 예전 같으면 찍자마자 가족단톡방에 아이 사진을 자랑했겠지만, 그것도 참았다.


아이고 참 내가 아기 때문에 핸드폰을 다 끊다니. 그래도 우리 아기가 벌써부터 핸드폰만 보기보단 다양한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으니까 꾹 참아본다. 아기가 했으면 하는 행동은 나부터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아기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나부터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래서 육아가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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