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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Mar 27. 2024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Chapter1. 진로고민

대학에 들어와 꿈이 사라진 나는 목표를 정했어. 20대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자고 말야.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


그렇게 우연히 나는 방송국 시민기자를 하게 되었어. 기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고, 조금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방송국 구경을 가보고 싶었던 것 같아. 친구와 함께 시민기자라는 명목하에 방송국 견학을 갔지. 그때 뉴스에서 보던 메인 앵커분들이 기자란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가 어떤 걸 어떻게 취재하면 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지. 방송국도 처음이고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신기하고 마냥 재미있었어. 


근데 사실 그 시민기자 중 대학생은 나와 내 친구 둘 뿐이었어. 이상하게 할아버지가 많았던 기억이 나거든. 어머니 아버지뻘 어르신들께서 앞으로 방송국 기자라고 말하고 취재를 하고 다녀도 되겠냐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앵커분들이 진땀을 뺏었지. 


설명회가 끝나고 다 같이 식사하러 가는 길에 나는 용기를 내었어. 앵커분이 내 옆을 지나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지. 나는 다짜고짜 내 소개를 하고 대학생이며 진로를 탐색 중이고 방송국 견학을 하고 싶다고 했어. 앵커분은 그런 우리가 귀여웠는지 우리를 따로 불러서 방송국 깊숙이 데려가 줬어. 


아무것도 모르고 앵커분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 곳이 어디였는지 알아? 지금도 믿을 수 없어. 바로 생방송 뉴스 현장이었어. 난 그냥 방송국 견학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게까지 방송국의 심장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


우린 고요한 긴장감이 맴도는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카메라 뒤를 조용히 지나 어느 계단 위로 올라갔고,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뉴스 앵커의 뒤편에 섰어. 방송 모니터에선 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조명이 밝아지며 잠시 뒤 큰 소리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어. 난 내 심장 소리가 그렇게 크게 울리는 걸 처음 느꼈고 숨조차 쉴 수 없었어. 뉴스가 시작되었고 앵커 멘트 후 기자의 VCR로 넘어갈 때까지 숨을 안 쉬었을지도 몰라. 


뉴스에 방해가 되지 않게 우린 곧 스튜디오를 나왔지만 내 영혼은 한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껴본 게 내 인생 처음이었거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


찾았다 내 운명! 그때부터 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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