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종은 Mar 28. 2024

4. 1%의 재능이 없다면 99%의 노력으로

Chapter1. 진로고민

내가 중학생 때는 한창 CeCi, KiKi 같은 패션잡지가 유행할 때야. 김민희, 신민아 등도 다 이 잡지 모델로 유명했을 시절. 


그 당시 나는 그들을 보며 모델에 대한 동경이 생겼고, 나도 크면 저렇게 모델이 되고 싶었지. 하지만 그땐 그걸 몰랐어. 모델이 되면 키 크고 예쁜 게 아니라, 예쁘고 키 큰 사람이 모델이 된다는 걸 말이야. 예쁜 건 둘째치더라도 일단 키부터 160cm가 간신히 넘는 나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지. 


근데 내가 또 동경하는 꿈이 생겼네? 뉴스 진행 앵커. 나도 아나운서가 되어서 카메라 앞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근데 웬걸. 난 사람들 앞에 서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거야. 분명 학창 시절 학급 임원도 하면서 사람들 앞에 많이 나서곤 했었는데, 그땐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이제 사람들 앞에서 한 마디도 못 하겠더라고. 


왜 이렇게 변한 걸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기나긴 수험생활 동안 남들 앞에서 말 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거지. 마치 외국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어를 잊어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어. 


그때부터 난 내 나름의 특훈을 했지. 특별한 건 없었고, 일부러 조 모임 발표를 모두 도맡아 하는 거였어. 대학에 가니까 조 모임은 뭐가 그리 많은지. 근데 대부분 발표를 하기 싫어 미루더라고. 그래서 내가 덥석 그 역할을 가져갔지. 물론 처음엔 어색해서 ppt만 보면서 어영부영 발표하곤 했어. 


그리고 거울을 보며, 또 카메라로 찍으며 말 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지. 요새는 유튜브를 워낙 많이 해서 카메라 보면서 이야기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근데 그거 알지? 처음 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야. 내 입이 뇌를 거치지 않고 마구마구 말을 뱉어내 버리더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뭔 말을 하는 거야 싶고 그 영상을 돌려보면 되게 멍청이 같고 창피했지. 


근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어느 순간 조별 발표가 너무 쉬워지는 거야. 강단에 서서 사람들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게 마치 친구랑 수다 떠는 것 만큼이나 편해졌어. 예전에는 발표 한 번 하려면 집에서 대본 써서 연습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냥 내용 숙지만 하고 있으면 대본 같은 게 없어도 술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더라고. 


지금도 말을 잘하느냐고? 아니, 그럴 리가. 방송을 준비하던 20대가 지나고 난 또 십여 년을 대중 앞에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왔거든. 그랬더니 다시 원점으로 복귀했어. 사람들 앞에선 가슴이 두근거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난 말하는데 재능이 있는 타입은 아니고 노력으로 그 간극을 메운 타입이었나 봐. 


요즘 유전자 결정론이 팽배한 것 같더라. 살아보니 재능의 영역은 분명히 있어. 재능이 있는 사람을 노력으로 따라잡기란 쉽지 않지. 


그런데 말야.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 아인슈타인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지? 이게 사실은 1%의 부분은 노력으로 채울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는 이야기도 있더라. 맞아. 1%는 재능의 영역이지. 그러니까 99%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거야. 


혹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재능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니? 너의 열정을 믿고 용기를 내봐. 할 수 있을 거야. 

작가의 이전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