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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와 강남클럽

나락도 락이다

by 빵부장


인생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임을 스무 살 적 클럽에 갔을 때 알게 되었다. 같이 간 가수지망생 오빠는 마치 하데스라도 된 양 검은 망토로 온몸을 휘감고, 어깨에는 자기 키만 한 통기타를 짊어진 채 나타났다.

나와 친구들은 기겁하며 당장 그 기타를 버리라고 했지만, 그 가오에 대가리를 지배당하고 있을 때라 순순히 남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절망스럽게도, 두리번거려도 기타를 넣을 만한 물품보관함 찾을 수 없었다.

클럽에 이성을 만나러 온 것은 아니었다. 당시 좋아했던 아이돌이 클럽서 종종 공연을 했기에 최애를 보러 클럽에 가야 했다.

그러나 강남 클럽의 문턱은 오타쿠들에게는 목이 뻐근할 정도로 높았다. 쿨한 남녀 사이에서 잔뜩 기가 죽은 마당에 이 인간이 통기타를 짊어지고 왔으니, 다 같이 죽자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나는 그날 눈을 세모나게 뜨고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세상이 내 판단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한 달이 지나 어느 패션잡지에 그의 사진이 실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통기타를 메고 사악한 하데스처럼 등장했던 그날 그의 행색이 베스트 드레서로서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다. 와, 나락도 락이구나.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잣대로 보지 않는구나. 그때의 충격으로 내 예상을 빗나간 일들도 덤덤히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때의 덕친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그 패션이 옳았는가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할 준비가 되어있다.


오히려 어설프게 멋 부린 우리가 촌스러웠나. 건대입구역에서 온 하데스는 어떤 생각이었던 걸까. 그는 건대 왕대박을 갈 때도 기타를 짊어지고 갔을까. 기타 가방에 기타는 들어있긴 했을까... 여러 번뇌가 가시지 않았다만, 애매한 것보다는 개성 있게 치고 나가라는 큰 귀감이 된 이 에피소드는 내 인생 8대 미스터리에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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