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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un Jun 27. 2023

상위 특성화과 입결 하락에 대한, 졸업생으로서의 고찰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15년도 8월 졸업과 동시에 폴란드로 인턴을 떠났으니, 어연 8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에서 물류학을 전공한 후, 동유럽에 위치한 덴마크계 해운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쌓고 현재는 국내 2PL 물류회사에 재직 중이다. 대학시절까지 합치면 물류에만 몸 담은 지도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나름 이 바닥에서는 국제물류 분야의 정석 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다.


처음 물류학과에 입학하기 전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달리, 학구적이라기 보단 직업학교(?) 같은 느낌의 교육을 거치면서 후회한 적도 있고 같은 학교 내 높은 네임밸류라는 일종의 뽕에 취해 지내기도 했다. 10년이 넘게 물류를 하며 느낀 졸업생으로서 몸 담았던 학과에 대해 고찰을, 좀 더 객관적인 현재 시점에서 풀어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당시 서울 상위권 대학, 잘 나갈 때 소위 서성한 수준의 정시 배치표 입결을 보이던 학교가, 인서울 학교의 상승, 물류 산업의 경쟁력 약화, 문과 학과의 선호도 하락 등의 이유로 현재 입결이 많이 낮아진 상황임을 고려할 때, 당시 아태물류 졸업생들은 현재 어디서 뭘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함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현재 커리어보다는, 그때 입학한 걸 후회하는지 아닌 지에 대한 궁금함도 눈에 띄었다)


사실, 본인의 대학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인하대 안에서의 아태물류학부에 대한 위치는 매우 공고해 보였다. 과에 대해 애정이 많거나,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한 편은 아니었다 (당시 학교 위치가 인천인 점에 불만이 많았고, 대학교 외부 친구들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낸 편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졸업한 학과의 큰 하락폭을 지켜보는 건 착잡함과 더불어 마음이 많이 아픈 일이다. 적어도 입시가 거진 고등학교 인생의 전부인 한국에서 특히 이름만 명실한 문과 학과에 입학했을 때 주는 그 네임밸류는, 수험생들의 추후 자존감과도 연결이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입학한 지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20살 친구들의 입시 결과에 관심을 갖는 걸 보면 아마 이러한 지금도 이러한 자존감의 연장선에 있으리라.


뭐 결과야 어쨌든 현재의 입결하락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대상의 반영임은 틀림없다. 시대상과 더불어 본인이 생각하는 하락 요인을 생각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인서울 현상의 극대화

2. 문과대의 하락

3. 인천이라는 위치의 매력도 약화

4. 물류산업의 하락 (한진해운 파산)

5. 뭣 보다, 물류학과 이후 커리어의 아웃풋 (물류산업에 대한 회의)


결국 입결은 아웃풋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5번을 이해하고자 하지만, 이에 대한 공감하지 못하는 나와 비슷한 상황의 졸업생들도 많으리라. 대부분 물류 산업 내 있어서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외국계, 혹은 공기업, 로스쿨, 전문직 등에 종사한다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류산업이 갖는 제조업/IT 메인의 한국 생태계 안에서의 위치를 볼 때, 과연 특정한 물류학과가 메인 산업군 내 대기업에 입사할 정도의 잠재력을 갖는 문과학과에 비빌 수 있었을까? 본인의 생각하는 국내 메인 산업군이라 함은 자동차/전자 제조업, IT, 금융, 생명/화학 정도로 각 분야의 알만한 대기업들을 상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류산업이 이 이런 메인 스트림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서비스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사실 애초에 그러한 수준의 높은 입결의 학과가 과연 필요했을까에 대한 고찰이 현재의 하락 상황에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현재 4차 산업으로 파생된 여러 굴지의 대기업들과,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라는 명목으로 새로 규정되는 새로운 시장 상황 등을 살펴볼 때, 한진해운이 파산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연 물류라는 산업의 전망이 올라갔을 거란 보장은 없어 보인다. 한진 그룹부터가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과거에 비해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해도 무방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정도를 떠올렸을 때 다가오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라). 본인부터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된 기업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현재 새로운 산업 물결의 시작점에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한진에서 더 나아가 물류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다가올지 굳이 짐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현재의 아태물류 입결 위치는 타당한가? 23년도 수능이 끝난 시점에서 여러 수험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대략적으로 건동홍 상경 정도의 입결을 보이는 것 같다. 연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5년간의 입시결과로 연장했을 때 중경외시 하위 ~ 건동홍 상경 정도의 위치로 파악이 된다. 인하대라는 인천소재 지방대(?)의 하락에 따라 더 낮아질 소지가 없지는 않아 보이지만, 사실상 현재가 바닥인 수준 같다. 수험생이 30만 명대가 되면 또 모르겠지만.. (23년도 기준 40만 명대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과연 한 세대 전 졸업생인 본인 입장에서 과연 납득할 만한 등급 컷일까? 사실 그 답은 어느 정도 위 문장에 녹아 있는 것 같다. 일단 수험생이 줄고 있는 점과 위에 언급한 5가지 원인을 고려할 때 현재 등급컷은 납득할만한 위치이다.


그렇다면 본인의 커리어와 현재 속한 환경의 기준에서 볼 때는 어떠할까? 물류산업이 아닌 다른 대기업, 또는 공기업이나 전문직으로 일하는 선후배들도 많지만, 물류학과를 졸업하고 전형적인 물류산업에 몸담고 있는 본인의 케이스가 그나마 평균적인 일반화에 유리할 걸로 사료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첫 직장인 덴마크계 해운회사나 현재 속한 대기업 2PL 회사 모두 현재 아태물류 입결 이상의 학벌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물류산업 자체가 그러한 높은 수준의 입결이 필요한가?라는 질문과 연관될 수 있다. 정확한 특징은 아태물류와 더불어 정말 다양한 학교를 졸업한 동료들을 만났고, 그 학벌의 폭이 위아래로 정말 넓다는 것이다. 이직/퇴사가 잦은 산업 특징을 반영하여 경력직이 정말 많은 분야이기도 하고, 그럼에 따라 학벌이 아닌 이전 업무 경력을 고려하여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직장인라면 공감하겠지만, 다른 보수적인 느낌의 직업군과 달리, 조직책임자나 임원이라고 무조건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아태물류의 입결이 14년 수준이던, 현재 건동홍 상위과 정도의 수준이던, 두 케이스 모두를 졸업하더라도 커리어 루트는 현재 본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본인이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것 또한 학과와 현지 해운회사 간에 맺고 있던 MOU를 통해 인턴을 시작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어쨌든 해당 학과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물류 커리어에 있어서 기회는 예나 지금이나 많아 보인다. 어찌 됐든 특성화 물류학과로써의 아태물류는, 물류산업에 국한하더라도 아직 인지도가 높은 편이며 애초에 물류학과 자체가 몇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결이 어떻든 물류산업 안에서의 경쟁자가 없는 건 동일하기 때문에 커리어 하락 측면은 크게 고려할 필요 없어 보이나, 문제는 위에 말한 대로 전체 파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점(물류산업의 발전 가능성 약화)에 있어 보인다. 이러한 대중적인 인식이 현재의 입결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렇다만 초반에 언급한 개인의 자존감 측면에서는 어떠할까? 특히나, 본인 시절 입결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현시점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졸업생 심정에서는? 한 세대의 간극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재 입시생만큼의 학벌에 대한 감수성이 발휘될까?


그러기엔 사실 아태물류학부와 비슷한 처지의 케이스들이 너무 많기도 하다. 일단 인서울 쏠림의 극대화로 인하대 자체의 선호도가 낮아졌다. 아태물류가 생기기도 전 세대에선 더욱이 유망했던 인하대 공대가 있었고, 본인의 대학생활 중에도 과거의 명망 있던 수준은 아니었지만 현시점 인하대의 상황과 더불어 더욱 낮아졌을리라 본다 (실제로 그렇다). 인하대와 비슷하게도 경북대, 부산대 같은 이른바 지거국들이 있었고 이와 달리 인서울 특히, 강남과 가까운 건대, 가천대와 같은 대학의 매력도는 상승하는 상반된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상의 흐름으로 인한 입결의 변화는 최상위권에서도 나타난다. 본인 입학 당시 연세대 문과 하위 수준이던 대전대 한의예과의 경우, 현재의 연세대 이과에서 비슷한 입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4년 전 입시에서의 상황과 현재의 차이를 본인의 자존감에 반영하고 그 감정을 따라잡기엔, 너무 많은 게 변했고 그 속도 또한 매우 빨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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