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는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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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흐르는 물과 같다. 물살은 같은 방향으로 흐르려 하지만, 바위나 장애물과 부딪히며 굽이치고 나선형으로 돌기도 한다. ‘나선’은 상처와 불안을 다루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내면 구조를 상징한다. 충돌로 생긴 내적 긴장을 끊어내는 대신, 감정과 경험이 안으로 말리거나 바깥으로 뻗으며 계속 이어지는 구조다. 나선은 단절된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유지하려는 그녀의 의지이자, 혼돈과 불안을 견디는 방식이었다.
커플, 2003, 알루미늄
어린 시절 그녀는 가족이 운영하던 태피스트리 복원 작업장에서 사람들이 강물에 태피스트리를 담그고, 힘차게 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장면은 때로 분노와 폭력적 상상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나선은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과 긴장을 시각적으로 조직하는 방식이었다.
부르주아는 나선을 통해 혼돈을 통제하려 했다. 부르주아는 나선의 상반된 방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나선의 중심으로 말려드는 안쪽은 공허하고 압축된 공간으로, 불안과 긴장을 담고 있다. 반면 바깥으로 뻗는 곡선은 통제와 신뢰,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받는 흐름을 상징했다. 나선은 때로 긴장을 유지하는 고리, 때로 자신을 보호하는 고치, 혹은 거미줄처럼 끝없이 변주되는 구조로 나타났다.
나선의 끊기지 않는 선은 중단 없는 연속과 일관성을 보여 준다. 이 두 가지 속성은 부르주아에게 매우 중요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부정, 어머니의 침묵, 가정교사의 배신처럼 단절된 관계 속에서 자라며 마음속 말 한마디조차 자유롭지 못한 경험을 했다. 관계의 단절은 물론 감정과 기억이 흐름을 잃는 것은 그녀에게 큰 불안이었다. 나선의 끊기지 않는 흐름은 단절된 현실과 달리,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끝까지 이어가고 정리할 수 있는 안정된 구조가 되었다.
웅크린 거미, 2003, 청동, 흑색 광택 패티나, 스테인리스강
이 나선의 구조적·심리적 의미는 그녀의 거미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나선의 긴 곡선은 거미의 다리가 되어 외부와 연결되는 움직임과 에너지를 만들고, 중심의 빈 공간은 자아와 내적 긴장을 담는다. 거미는 나선이 지닌 불안과 압축, 긴장과 에너지, 끊기지 않는 일관성을 생명체 형태로 구현한 조형적 은유다.
부르주아의 예술은 단순한 자기표현이 아니라, 자기 삶과 경험을 대립이 아닌 대비와 보완으로 세상과 관계 맺으려는 시도였다. 이성으로 구축된 추상의 막다른 끝에서, 그녀는 감정으로 세상을 다시 짜 맞췄다. 나선은 그 실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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