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by 정작가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강렬한 눈빛은 천마디 말보다 강한 인상을 남길 때가 있다. 이 시에선 소의 눈빛이 그렇다. 소의 눈빛은 강렬하기보다는 애처롭게 느껴지지만 시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렁그렁한 눈물은 마치 소가 배출해야될 말의 향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기어코 배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이 소의 정서다. 그러니 끔벅거리고 있는 눈은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있는 '순하고 동그란 감옥'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말없는 짐승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말을 못하더라도 마음 속의 감정은 있으니 배려를 하란 얘길 것이다. 표현을 하지 못하는 짐승의 한서린 울부짖음은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여 다시 씹어 짓이기고'란 표현에서 극대화된다. 말을 하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쌓였던 시간들을 곱씹어 보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 표현하고 살 수 없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말없는 소에 빗대어 표현한 시인의 감수성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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