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 제시 라파엘
이 장에서는 한 방송국의 여성 진행자가 등장한다. 이 여성 진행자는 열여덟 번이나 해고당했고, 여러 번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시켰으며, 설사 취재를 맡을 기회가 주어져도 폭동을 취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거기에 심지어 출장비를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모처럼 국영방송사 직원에게 프로그램 기획안을 보여주었지만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기획안은 채택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여성 진행자는 이런 상황을 그냥 수용하기만 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서도 스페인어를 습득하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정치에도 문외한이었지만 정치와 관련된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했다. 그리고 그에게도 기회는 다가왔다. 정계 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생방송 프로그램을 노련하게 진행한 결과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이유로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고, 맡은 프로그램은 전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셀리 제시 라파엘이라는 여성 진행자의 이력이다. 그는 여성 진행자로 성공한 후 자신의 경력에 대해 담담히 피력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역량 절반은 신이 주신 것이지만 나머지 반은 자기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믿음을 통해 결국 일 년 육 개월마다 해고를 당했던 이력을 딛고, 방송진행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셀리 제시 라파엘이 열여덟 번이나 해고당했던 이력을 보면, 그의 자질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깔려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시켰다는 사실은 이런 유추를 더욱 신빙성 있게 한다. 우리는 곧잘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터이지만 이 여성 진행자처럼 사회 구조적인 문제나 편견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런 현실에 굴복하고 포기를 했을 터이지만 셀리 제시 라파엘은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극복하여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위 일화를 보면, 당시 언론계의 채용 방식이나 프로그램 기획이나 제안에 대한 수용 방식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을 홀대하던 방송계의 권력 구조는 미디어의 비판적 기능을 담당하는 직무의 대척점에 있다는데도 그 모순성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그에게 정치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의가 오지 않았더라면 방송 진행자로서 성공 여부도 불투명했을 것이다. 이는 우연성에 기초한 채용방식이 당시 만연했던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보편적인 방식으로는 그 위치를 점할 수 없었던 여성 차별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여성 진행자의 일화를 보게 되면, 수없이 많은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우뚝 선 모습을 보게 된다. 고작 몇 번의 시련에도 힘겨워하고, 절망적인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불운한 진행자가 그런 과거를 딛고 일어선 데는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는 차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위해 꾸준히 역량을 갈고닦았다는 점이다. 일화 속에 소개된 것은 스페인어 습득과 정치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분투했던 그녀의 모습만이 그려지지만 지속적인 해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를 타개할 수 있었던 상황을 살펴보면, 분명 그만의 도전 의식을 엿볼 수도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자기 뜻대로 되는 일보다는 그러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마다 세상과 환경을 탓하기보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찾아서 한다면 당장은 성공할 수 없더라도 후일에 대비할 수 있다. 셀리 제시 라파엘 또한 수없이 방송국 진행자 자리에서 해고당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부족한 어학 공부를 하는 등 쉴 새 없이 역량을 쌓았기에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성공을 한 계기는 정계 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때 자기가 그 분야의 문외한이라고 일자리를 거절했다면, 그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고 해도 그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했기에 결국 정치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필자 또한 당시에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았던 자격증을 취득했던 이유로 수십 년간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자격증으로 전직하게 되었던 경험이 있다. 인간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운이 따라주길 바란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자격증을 따는 행위는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량이 같은 상황에서 자격증의 유무가 선택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당시로서는 변별력을 위한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셀리 제시 라파엘은 열여덟 번이나 해고를 당했지만 지속적으로 그와 관련된 일에 도전했다. 그래도 안 되니 어학 공부를 했고, 정치엔 ‘정’자도 모르면서 정치 지식을 익히느라 시간을 할애했던 것이다. 일화 속 셀리 제시 라파엘의 행동을 보면, 자기가 원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일관적인 도전이 있었고, 그런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부수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운도 따랐기 때문에 결국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성공은 이렇듯 복합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