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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23. 2024

된장국과 샤부샤부 사이 어딘가

음식에 관한 단상들

지난해 늦가을부터 추워서 잠깐씩 환기할 때만 창문을 열어두었다가,

오늘 오전에는 오랜만에 창문들을 몇 시간 동안 활짝 열어 두었다.

앞뒤로 바람이 솔솔 지나가 기분이 좋았음.


요즘에는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는 찜 요리를 빈번하게 해 먹는데,

오늘 저녁에는 같은 재료로 창의력을 맘껏 발휘한 근본 없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된장국과 샤부샤부의 혼종이랄까.



따끈하게 달군 냄비에 다진 마늘과 비교적 싱겁고 단맛이 나는 된장,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한우 육수 코인 하나와 뜨거운 물을 붓고 끓인다.

국물이 팔팔 끓으면 호박, 숙주, 두부, 버섯에 파와 고추를 넣고 끓이면서,

기름기를 떼어낸 샤부샤부 용 소고기를 넣었다.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 이용했음.

알배추가 있으면 좋았겠는데요.


끓어서 내용물이 익으면 거품을 건져내고요.

채소가 듬뿍 들어가고 두부까지 더해지니 간이 싱거워져서 국간장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추었다.

먼저 채소와 고기를 건져먹고 두부와 국물을 떠먹으면서 밥은 나중에 조금만 국물에 말아먹었는데.

밥은 입가심이고 채소와 고기로 포만감을 채웠다.

재료에 간이 잘 배어서 따로 찍어먹을 양념장은 필요하지 않았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혼자 밥 먹어 좋은 점 중 하나가 언제든 시험적인 음식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이 해준 음식에는 가차 없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내가 만든 음식에는 무한긍정, 무조건 싹싹 먹어치우는 모순적인 성향이라.

내 밥상에는 모험적인 음식이 종종 올라온다.


성공하면 나만의 레시피가 되는 거고,

실패하면 추억으로 남는 거지.

하여간 배부르고 기분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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