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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16. 2024

손절의 유행?

끄적끄적

인간관계를 다루는 콘텐츠를 봐도 그렇고,

보통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봐도 '손절'이 많이 언급된다.

피곤한 관계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없다, 라든가.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사람, 내게 부정적이거나 악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단절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손절은 내 장기인데,

손절 애호가가 이렇게나 많은 거였어?


나는 댓글 읽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콘텐츠의 댓글을 읽어보면

맞다, 맞다, 인간관계에 연연할 필요 없다, 고 동의하는 비율이 꽤 높고.

반면에 그렇게 끊어내다 보면 남는 사람 하나도 없다, 며 반대 의견을 다는 사람도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손절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뭘까?



보통들 행복의 조건을 나열할 때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반드시 포함된다.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 친구를 사귀고,

성장기에 친구 관계는 대단히 강조되는 덕목이다.

또래들이 어울려 다니면서 정서적인 친밀감과 지지를 얻고,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사회화가 되어간다.

보통 이 시기의 친구들은 평생 간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어울려 다니는 친구가 없다면 상당히 깊은 상처를 받고,

어른이 된 뒤에도 그 소외감을 극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을 밀어내는 편이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내 생각이나 취향은 확고했지만 드러내지는 않고,

그냥 남들에게 적당히 맞추면서 이래야 하는 거려니, 했던 것 같다.

홀로 설 힘이 부족하고,

나의 가치관으로만 살아가기에는 아직 나약했으니까.

그러다 계기가 온다.

내가 왜 이 따분하고 부질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걸까?

오히려 정직하지 못한 처사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나처럼 '갈등 회피' 때문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손절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터넷 세계에서 대체제를 찾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원래 나 포함 사람은 완벽할 수 없어서 나도, 남도 짜증스러운 부분이 있고.

또 그런 사람들끼리의 관계에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심심해서, 감정을 나눌 대상이 있어야 하니까 또는 기댈 만한 누군가가 필요해서 서로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드러낼 수 있고,

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들여다보고 공감한다거나 의견을 교환한다거나.

특정한 순간 감정까지 교감하면서 인간관계의 일정 부분을 대체하게 되었다.

아는 사람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거슬리는 부분이 생겨서 마음 상하기도 하는데.

악플 다는 사람들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들은 힘들겠다만.

구경만 하는 입장에서는 내 편한 대로 어디든 드나들면서 필요한 만큼만 취하면 되니까

현실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훨씬 산뜻하다.

나만 해도 하루 종일 입 뻥긋할 일이 없는데.

브런치에 와서 손가락으로 종알종알 떠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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