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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승준 Apr 13. 2022

나의 집 장만기

어느 30대 직장인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나의 집 장만 이야기이다. 딱히 누군가에게 부동산, 인테리어의 조언이나 팁을 주기 위해서 쓰는 글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얻을 만한 정보는 없을 수 도 있다.(아마도, 늘 그렇듯이...) 그저 내가 어떻게 하다 집을 얻게 되었고 인테리어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정도에 관한 기억을 더듬는 일기와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호기심이 생긴다면 부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주시길 바란다. 아 그리고 아주 오래된 아파트였기 때문에 샷시와 화장실 그 외 모든 인테리어를 포함해 약 1,000만 원 안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19평, 오래된 복도형 아파트


급작스러운 부모님의 귀농
엄마, 나는?


너무나도 급작스러웠다. 부모님께서 은퇴하시고 강원도에 가신다고 했다. 응? 사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했기 때문에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이제 진짜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한다는 생각에 어디에 집을 얻을지 고민이 되었다.


사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서울의 가운데가 좋겠다 싶었고, 회사와 가까운 종로부터 서촌 그리고 한남동까지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결론은 모두 다 탈락. 이미 서울의 집값은 알만 했고 턱없이 부족한 나의 연봉으로는 나의 몸 하나 뉘일 수 있는 공간을 구하기엔 부족했다. 물론 저렴한 곳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1. 서울 소재의 아파트일 것

2. 역세권일 것

3. 회사와 1시간 이내의 거리일 것


아파트로 정한 건 아파트 외의 부동산은 집값이 오르기 힘들다는 점이었고, 나는 운전을 매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꼭 역세권이어야 했다. 그리고 예전부터 1시간 정도의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에 범위를 넓게 잡았다. 그러다 서울 북쪽 끝의 19평짜리 오래된 복도형 아파트를 찾았다. 아직은 이른 나이지만 그동안 모아 왔던 돈과 함께 무리했지만 대출도 받았다. 사실 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금액이었지만 그저 월세로 내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적극 공감했기 때문에 결단을 내렸다.


아파트 방문 1일차


셀프인테리어욧???


그리하여 입주까지는 약 2~3달의 여유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백수였던 친구와 호기롭게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려고 했다. (이 친구는 실제로 인테리어 경험도 있고 외노자로 철거 작업을 하던 경력이 있어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하지만 처음 집에 들어선 순간 그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족히 5겹은 되어 보이는 벽지와 두 겹 장판 아래의 곰팡이들은 엄두가 안 나더라. 산전수전 다 겪은 친구도 그저 허탈한 웃음만.. 그 외에도 열리지 않는 베란다의 샷시와 어렸을 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던 화장실... 그래서 친구와 낑낑대며 부엌 철거 이후에는 그냥 인테리어 업체를 끼고 진행하기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위의 아파트 구조를 보면 알겠지만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쓸데없는 공간이 많았다.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세탁실 이라던지 방 두 개의 구조지만 거실이 거의 없다시피 한 구조까지. 나중에도 설명이 있겠지만 큰 침실의 문을 없애 버리고 원룸처럼 만들었고 좁은 세탁실 벽도 부숴버렸다.


왼쪽은 부엌 철거 후의 사진, 오른쪽은 인테리어 고민


결국 인테리어는 업체를 끼기로 하면서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그래서 부엌과 가구는 모두 웬만하면 이케아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이케아 쇼룸


축복의 IKEA


부엌

그리하여 나같이 가난한 회사원에게는 천국의 장소 이케아로 향했다. 그리고 호갱같이 보자마자 반해버린 이케아 쇼룸의 부엌. 스테인리스와 나무 상판의 조합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저걸 꼭 집에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함께 여러 부엌 브랜드들을 돌아봤다. 한샘도 가보았는데 나의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는 기깔나는 부엌은 절대 구입할 수가 없었다.(스테인레스 상판만 100만 원에 가까웠다...) 사실 너무 오래되어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약 100만 원대의 예산 안에서는 기성 브랜드에서 제대로 된 부엌을 구매할 수 없다. 이케아만큼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부엌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극악의 주문 시스템 때문.(요즘엔 바뀌었을 수도!)


결국 난 구매하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사본적은 처음.


이케아의 독특한 부엌 주문 시스템. 바로 내가 원하는 부엌 즉 주방을 설계하고 구입하고자 한자면 두 가지로 방법이 나뉜다.


첫 번째는 바로 직접 구입하는 것. 이케아는 주방 설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해당 설계를 완료하면 구입해야 될 부품들을 자세하게 내역으로 제공하고 내가 직접 구입해서 설치하면 끝.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즉 초보자는 도전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설계 프로그램을 돌리고 전체 견적 금액의 약 10~20%를 더 내고 설치까지 해주는 방법. 당연히 난 이 두 번째 방법으로 구매를 했고 설치비는 꽤나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부엌 상판 타공도 필요하고 환풍기도 달아야 하기 때문. 그리고 설치 구매 시에는 배송까지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다른 이케아 제품들과 묶음 배송이 가능하다.(서울에 한해)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설치비 포함 구매를 하면 모든 부품이 준비되어야만 설치가 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부품이 준비되면 내가 가서 결제를 해야만 한다.(온라인 결제 불가) 이것 때문에 몇 번을 방문했고 여러 부품들이 품절이어서 헛걸음을 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당시 신혼부부가 와서 대체 언제 설치가 가는 하냐고 썽내는 모습 늘 몇번 보곤 했다.(입주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그 시간에 맞추기가 무척 어렵다) 결국 나도 거의 한 두 달을 기다리고 제고를 계속 체크하다 결국 하부장 문짝 하나를 포기하고 설치를 진행했다.


무려 난 5년 전에 주문했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 당시 직원에게도 왜 이런 시스템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토로했다. 직원분은 전적으로 내 의견에 동의했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 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난장판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분들!


결국 난 입주 했지만 몇주간 부엌이 없는 상태로 지냈다. 그리고 약속한 날 부엌 설치 기사 분들이 방문해 주셨고 일사천리로 뚝딱 만들어 주셨다. 미리 환풍기와 가스레인지를 사놓았기 때문에 상판 타공도 뚝딱 해주셨다.


거실까지 커버하려고 구입한 이케아 등


아무튼 결국 이케아 주방이 완성되었다. 어머니가 어딘가에서 얻어오신 냉장고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근데 이때 당시 아직 수전은 설치를 못한 상태. 이케아의 수전은 모두 싱크대와 일체형이었고 일체형이란말은 수전이 하단에서 부터 올라온다는 말이다. 요즘 아파트들은 대부분 하단에 있지만 거의 20년 가까이 오래된 아파트는 대부분 상단에 있기 때문에 따로 주문 해서 설치를 해야만 했다. 수전을 하단으로 옮기는 꽤나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빠른 포기를 했고 그나마 다행인건 거의 고만고만한 벽수전에서 그나마 어울리는걸 찾았다는 정도. 하지만 이것도 뒤에 엄청난 일로 발전한다.


요리를 좋아해서 부엌에 조금 집착을...


아무튼 완성된 상태. 도저히 혼자 수도를 잠그고 수전을 설치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인테리어 해주셨던 분께 다른것들 수정도 할겸 추가로 요청 하였고 여기서 누구도 예측못할 대참사가 일어났다.


일단 수도를 잠그기 위해선 신발장 뒤에 있는 수도관을 열어야 하는데 그걸 열기 위해 신발장 벽을 절단했다. 그리고 열었고 수도를 잠그는 과정에서 온수가 파열되었다. 다급히 날 부르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수건과 비닐 봉투를 많이 달라 하셨고 계속 물을 손으로 막고 비닐로 겨우 퍼냈다. 경비실에 가 위급상황을 알리고 단지 전체에 단수를 진행하고 나서야 물이 멈췄다.



알고보니 온수를 조절하는 너트가 너무나 오래되어 찐빠가 났던게 살짝 건들다 보니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 아무튼 그래서 난 울며 겨자 먹기로 수리 비용의 일부를 지불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만약 혼자 진행하다 터졌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더라. 아무튼 이렇게 부엌은 마무리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초기의 텅빈 집


침실

벽지 or 페인트?

앞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집은 침실 두개의 작은 아파트 이었다. 고민 끝에 큰 침실의 문을 없에 버리고 원룸처럼 거실겸 침실로 사용하기로 했고, 현관문 쪽의 작은 방은 옷방으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원래 페인트칠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5겹의 구닥다리 벽지 꽃무늬 벽지 위에 페인트는 도저히 바를 수 없었고 오래된 벽의 콘크리트는 깔끔하지 못해 페인트를 바르면 더 지저분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벽지를 제거하고 콘크리트에 바로 페인트를 바르면 나중에 벽지가 붙지를 않기 때문에 판매 할때 힘들 수도 있다고 해서 울면서 벽지로 선택했다.


과거 : 이케아 카페트, 등


나는 일단 녹색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꼭 어딘가에는 포인트로 넣고 싶었다. 다만 어디에 넣을것인가를 무척 고민했는데 바로 사진 처럼 베란다를 보고 왼쪽벽에만 하는걸로 진행했다. 이유는 부엌과의 연계. 부엌에는 꼭 타일을 넣고 싶었는데 천장까지 타일을 넣기에는 가격적인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선반을 기준으로 위에는 흰색 벽지를 같이 발라버렸다. 지금 와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무척 잘 한 선택 중 하나.


그리고 생각보다 천장등을 고르는데 무지 애를 먹었다. 예쁜 등을 무척 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천장등은 다 똑같은 것 밖에 없더라. 그나마 고르고 골른것 중 하나가 바로 이케아에서 구매한 이것. 천장도 낮기 때문에 많이 튀어나온 형태는 달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무척 좁았다. 그래도 지금은 무척 만족 스럽다.


현재 : 침대 일룸, 1인 쇼파 이케아


침대는 고등학교때부터 쓰던 것. 다이슨 청소기는 아주 예전에 구매 했던 것으로 화장실 사이의 벽에 딱 맞길래 충전기를 박아버렸다. 그리고 오른쪽 벽에 달린 검은색 이케아의 접이식 식탁은 최악수 중 하나. 사실 처음에는 집에 식탁을 둘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접이식 식탁만 놓을 생각에 저벽에 달았다. 최악수라고 생각한것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벽선택을 잘 못해서 가벽에 달다 보니 조금 불안하다. 무게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꼭 콘트리트에 달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두 번째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서 잘 안쓰게 되더라.


왼쪽 : 과거, 오른쪽 : 현재


여기는 화장실쪽의 벽. 맞은편에는 부엌에 있고 왼쪽에는 세탁실, 오른쪽에는 화장실이 있다. 왼쪽의 세탁실은 사실 아주 작은 문이 달려 있는 공간이었다. 세탁기가 들어가기도 무척 작을 뿐더러 굳이 문이 있어야 되나 싶어서 벽을 다 쳐달라고 부탁 드렸더니 안된다고 하셨다. 가벽인데 왜 안되지 싶었는데 뭐 배선이 있어서 랬나. 친구가 아닌거 같다고 확인해보자고 해서 실제로 바로 앞에서 부셔서 확인 후 철거를 진행했다.  이렇듯 인테리어 업자는 무조건 안된다고 하고 하니 철저히 같이 확인 해야되고 요구해야 한다.


이케아 식탁 이케아 의자


헤링본 마루는 무슨...장판으로


사실 여러 쇼룸과 멋진 인테리어를 보며 꼭 헤링본 마루를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가격이 약 400만원 이었나...그리고 오래된 아파트라 바닥이 고르지 못했기 때문에 불가능. 결국 장판을 했다. 여기에도 장단점이 있는데 일단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물론 마루와 비교시)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 장판은 두께로 가격이 달라지는데 두꺼워 질 수록 좋아진다. 적당한 두께의 장판을 골랐는데 생각보다 무척 괜찮다. 내 기억으로는 LG의 헤링본 대리석 느낌이 나는 장판이었는데 가성비가 무척 좋았다.


마켓비에서 거금을 주고 구매한 스위치


사실 이런 디테일들이 인테리어를 조금 더 있어? 보이게 만드느냐를 판가름 한다고 생각한다. 스위치는 작은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자주 만지고 잘 보이는 곳 중의 하나. 이런 부분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달라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무리

그 밖에도 사진에 나와 있지 않은 화장실은 처참히 대실패 였다. 일단 기존 화장실에 방수 공사도 전날 퇴근 후 방문했을시 쩍쩍 갈라져 있어서 다시 보수 요청을 했다. 설마 하고 확인 안했더라면 아찔하다. 진짜 화장실은 할말이 많다. 하지만 타일 시공과 함께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들어가는 곳이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이지만 돈이 들더라도 조금 더 신경쓸걸 그랬다라는 후회만 남는다. 을지로 까지 가서 타일 사오고 했던 열정을 떠올리면 부들부들...


샷시와 화장실만 하더라도 거의 예산의 2/3가 들어가고 부엌, 페인트, 벽지, 걸래받이 등 자잘한 걸 포함하면 사실 가구는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그럴 공간도 없고...이 부분은 나중에 차차 고민하기로 했다.


나는 예산이 무척 적었기에 동네에 있는 그냥 인테리어 업체에 맡겼고 그저 확인도 일일히 하기 힘들었다.(그 당시 도와줬던 백수 친구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조금 싸? 보이는 느낌을 지을 순 없었다. 아무튼 셀프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하면서 느낀점은 진짜 공부를 많이하고 많이 알아야 하고, 본인이 아니라면 나 대신 누군가를 보내거나 혹은 사진으로 계속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본인이 어느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할지 어느정도 확신도 필요하다.(진짜 많이 찾아 봤다) 이사한 집에서 거의 2년동안 살았고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처음에 생각했던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라는걸 많이 느꼇는데 그래도 주위에서도 도움이 있었고 스스로 노력한 탓에 그 폭이 그래도 넓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취향이 많이 바뀌어 또 다른 느낌의 집(?)이 되었는데, 그 후기는 조만단 따로 작성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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