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가려다 멀리 가기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일까지 한 달, 예비 합격자 신분으로 취업도 쉽지 않고 숙려제 중인 딸의 밀착 케어도 필요하여 한 달은 푹 쉬기로 했다.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 원래 계획은 이전처럼 걷기로 체력을 키워 좋아하는 등산을 부지런히 다니는 것이었으나 문득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늙어버린 얼굴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30대에는 마흔이 되면 리프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40대가 되어도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40대 중반이 되니 늘어진 피부가 눈에 거슬린다. 검색해 보니 간단한 시술만으로 확 젊어지고 바로 일상생활을 하는 후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럼 하자.
보통 얼굴에 손을 댈 때는 여러 곳을 상담해 보고 결정하던데, 좋게 말하면 빠른 결정력과 실행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귀차니즘으로 처음 눈에 띈 곳에 예약을 하고 병원을 찾았다. 역시나 피부가 빵빵한 실장님과 상담을 했고, 의외의 말을 들었다. 리프팅이 주 방문 목적이었으나 더 심각한 것은 눈밑의 지방! 피곤하면 유난히 거슬리기도 했으나 평소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필 전 날 와인 한 잔 해서인 건지 상담실에서의 내 눈밑은 유난히 불룩했다. 네, 같이 해 주세요.
쉽지 않은 회복
수면 마취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수술대에 누웠다. 실리프팅을 받으러 왔다가 일이 커졌다. 에라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눈 밑이 매끈해지면 좋겠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눈밑과 리프팅하느라 바늘이 들어간 곳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 병원을 나섰다. 보기에 안쓰러운 상태이지만, 공부하느라 방에만 있다 강남에 오니 좋기도 하여 그 상태로 백화점 식품관에서 파이도 사서 집에 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회복과의 싸움.
누가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나? 눈이야 그렇다 쳐도 리프팅한 곳이 너무 당기고 부어 누가 봐도 나 성형수술했어요~ 상태이다. 노랗게 멍든 얼굴은 띵띵 붓고 빨개진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냉찜질과 안약 넣기를 반복하며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눈밑 지방 재배치 시술인지 수술인지, 쉽지 않다. 테이프를 떼어냈어도 붓기가 내리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고 얼굴 전체에 통증이 있어 걷기고 등산이고 일단 잠정 보류다.
드디어 3주 후
보통 3주면 어느 정도 빠진다 하던데, 그래서 지금 나의 상태는 어떠냐면... 어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보자마자 하는 말이 이거다.
"너 얼굴에 뭐 했지?"
"헛, 티나?(이뻐졌나?)"
"웃는데 웃는 것 같지 않아. 표정이 없어. 어색해."
이런, 부기는 많이 빠졌지만 아직 누르면 통증이 있는데 역시 표정에서도 드러나나 보다. 원래 턱은 갸름한 편이었는데 괜히 건드렸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눈밑은? 피곤해 보이는 불룩한 주머니가 없어져서 좋긴 하나 오른쪽 눈에 결막부종이 있어 불편한 상태이다. 안과도 가보았지만, 결막부종은 눈 수술 시 자주 발생하며 심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신다. 흰자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신다. 덜덜
결론은, 아직 얼굴은 어색하며 눈은 회복 중이라는 것.
눈과 얼굴이 불편하니 괜히 했나 생각이 조금은 든다. 사실 내가 거울을 보며 느꼈던 것은 '생기가 없다'였다. 그걸 의술의 힘을 빌어 고쳐보려 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몸을 움직여 땀을 내고 산에 오르며 생기를 채울 수도 있었을 텐데 쉽게 가려다 멀리 가고 있다.
이제 젊어지고 이뻐지는 것은 필요 없고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만 바란다. 벌써 폭설이 와 등산이 힘들어졌는데 다음 눈이 오기 전에, 올해가 가기 전에 산에 오르고 싶다.
공사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