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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 Apr 18. 2024

긍정강화 훈련

+ 훈련사 국가자격증(반려견행동지도사) 여담

* 이 글은 조작적 조건화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쓰인 글입니다.


수많은 심리학 실험에 개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래서 긍정강화 훈련을 제대로 한다는 곳에서는 항상 과학적 근거 기반이라는 언급을 하곤 한다. 심리학은 경험주의과학이고 긍정강화는 그 안에 속한 아주 작은 한 가지 부분이기 때문이다.


긍정강화는 학습심리학이라는 분야 안에 있는, 행동주의 학파에 포함되는, 스키너라는 심리학자가 정립한, 조작적 조건화라는 이론의 네 가지 부분의 하나일 뿐이다.


긍정강화는 긍정적이라는 뜻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영어단어 Positive는 여기에서 수학적 용어 '+'를 뜻할 뿐이다. +는 강화물을 더하는 것을 뜻하며 강화는 행동의 강화를 뜻한다. 즉 긍정강화 훈련의 진짜 뜻은 강화물을 더함으로써 행동을 강화하여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트레이닝한다는 뜻이다.


긍정강화 이론을 알기 때문에 긍정강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구구단을 외웠으니 수학을 잘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적어도 '학습심리학' ,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개념을 설명을 할 수 있어야지 긍정강화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긍정강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려면 스키너라는 인물을 알아야 하며, 행동주의 학파를 알아야 하고, 학습이론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학습심리학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론을 안다고 해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작적 조건화는 긍정강화는 훈련법이 아니라 훈련법을 효과적으로 세팅하기 위한 도구적 이론일 뿐이다.


사실 애초에 행동주의 학습이론은 관찰가능한 행동을 중심으로 학습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행동이 우선, 그다음이 관찰, 그다음이 측정과 설명.


하지만 행동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론이 만들어진 역순으로 재조립해서 원하는 행동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실무에는 적용한다.(인간의 경우 행동치료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그래서 정교한 짜임 없이 어설프게 간식을 주는 것과 속 빈 강정 같은 어설픈 행동을 따라 하는 행위는 구식 훈련보다 오히려 더 이상한 결과물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TV쇼는 단기간에 흥밋거리를 제공해야 하다 보니 아무리 잘 훈련해도 방송으로 보여주는 것은 속 빈 강정 같은 모습뿐이다. 그래서 방송을 따라 훈련하는 것이 좋은 선택 아경우가 많다.)


긍정강화로 모든 동물을 '가르칠 수 있으며' 이것이 역량기반임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이미 수많은 동물실험으로 증명되어 있다. 험설계를 학습 효과가 높을 수 있도록 세팅만 잘하면 어떤 동물이던지 긍정강화로 가르칠 수 있. (여담으로 당연히 가르칠 수 있는 동물에 인간이 포함되며 애초에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이다. 스키너는 실제로 본인 아이들까지도 긍정강화 박스에 넣어 효과적으로 키웠다고 한다.)


긍정강화로 훈련된 고양이들, 출처:America's got Talent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 '학습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행동한다.'라는 나의 개념으로 모든 문제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고 학습 행동에서도 모든 행동을 조작적 조건화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실제 세상은 실험실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학습이 일어나지 않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 조작적 조건화로 설명할 수 있는 행동은 일부분일 뿐이며 애당초 런 류의 학습과 관련이 없는 문제행동도 있다.


가령 '공포증'으로 인한 행동의 경우 조작적 조건화보다는 고전적 조건화로 설명하고 접근하여야 한다.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는 어떤 동물이던지 강화물을 이용하여 학습시키는 것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고 땀이 흐르고 숨을 가쁘게 쉬며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서 간식이 눈에 들어올까? 혼을 낸들 들릴까? 강화물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하지만 보통 개의 이런 공포증의 증상을 사람들은 짖고 달려드는 모습으로 오해하고 공포증 자체를 문제행동으로 취급해 버리곤 하여 문제는 극에 달하곤 한다.


또 다른 예로 아픈 곳을 만지면 고통스러워 반사적으로 입질을 하는 개는 아픈 것을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 된다. 아픔이 여전한데 간식입에 꽂아 넣어 줘 봐야 연히 입질을 고치는 데에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짜증스럽고 화가 날 뿐이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긍정강화로 입질을 안 하도록 가르치는 것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간식이 보상에 해당되는 강화물이 될 수 없고 입질이 줄어든다는 행동도 제대로 타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입질이 심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교육 후 입질이 증가한 상황을 (고전적으로 설명할 것이 더 많지만 긍정강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작적 조건화 식으로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불쾌하게 입에 간식을 쑤셔 넣는 자극으로 입질이라는 행동을 증가시킨다!'

조작적 조건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긍정강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역량 부족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긍정강화로 고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그리고 비인도적인 방법을 정당화한다. 아마 비인도적인 훈련적 방법으로 이런 입질을 고치려면 기존보다 더 큰 고통으로 협박하여 입질을 참게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긍정강화로 항상 문제행동을 고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작적 조건화를 적용가능 다는 조건 내에서는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네 가지 파트 중 긍정강화만 이용여 어떤 행동이던 만들 수 있고 하는 행동을 긍정강화로 정확히 만들어내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제 훈련 기관은 트레이너와 카운슬러를 구분하고 서로 다른 분야로 취급한다.


이 글이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는다면 다름 아닌 조작적 조건화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긍정강화라는 단어 자체를 완전히 잘못이해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훈련사 자격증이 국가자격증으로 시행된다고, 이름은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어불성설이다.


아무런 개념도 기반도 없이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감도 안 잡히더니만 4월에 어떻게 시험을 치나 보니 미뤄졌단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라는 전문가를 양성해서 자격증을 부여하고,

반려동물 행동문제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완화시킬 전문가 양성이라는 좋은 의도로 추진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자격증을 부여할만한 전문성을 가릴 기반도 없고 현존하는 자격증들도 훈련 실력을 대변하지도 않으니 국가자격증의 권위만 실추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기존의 한국의 트레이너 자격증은 모두 민간자격증으로 기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동향과는 다른 황당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의 훈련사 자격증의 시험은 짜임이 전문가로서 트레이너의 자격을 평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 국내 훈련사 자격증들의 실기시험들의 수준은 트레이너가 아닌 강아지와 보호자함께 참여하는 동반 예절교육관련 된 certificate와 흡사하다. 퍼피클래스의 결보호자와 강아지 대상으로 평가하고 '강아지'가 기본 교육을 성공적으로 받았음을 증명'하는 certificate 수준 가깝. 당연히 해외의 이 certificate들은 사람이 아닌 강아지 앞으로 발급된다.


#caninegoodcitizen을 검색하면 전세계에서 제일 인지도 있는 교육의 certificate를 받은 개들의 인증샷을 볼 수 있다. 출처American Kennel Club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국가자격증으로 훈련사 자격증이 있는 나라는 현재  프랑스가 유일하다.

국제 트레이너 기관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CCPDT의 경우 지역을 검색하면 현재 14이 검색된다. 웃나라 일본의 경우 95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CCPDT의 존재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훈련사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CCPDT의 시험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인증된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고 있다. 또한 이런 시험의 질을 유지하는 6 step을 공개하고 있다.

자격증은 급수는 없고 트레이너 지식(필기), 트레이너 실기, 행동카운슬러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자격증의 허들이 매우 높지는 않다. 지식 시험의 응시조건은 300시간의 경력이다. 300시간은 주 5일 8시간 근무로 산정하였을 때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이다. 단지 자격증만 따두는 것이 아닌 실제 실무 종사자를 가리기 위한 조건이다.


CCPDT에서 실기 시험의 경우 훈련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평가한다. 훈련 대상 강아지는 본인 강아지로 시험을 볼 수 없으며 이전에 관련 훈련을 받은 적 없고 수험자와  훈련합을 맞춰본 적이 없는 강아지여야 한다.

실기시험 영상은 4개로 각각 5분 길이를 넘지 않는다. 총 20분짜리 영상에서 훈련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황당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가? 긍정강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해 사용해 왔다면 사실 시험에 출제하는 수준의 트레이닝은 충분히 결과물까지 보여 줄 수 있는 시간이다.


세계적으로 평균은 되더라도 훈련사 자격증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가자격증으로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대체 세계 두 번째 훈련사 자격증을 어떻게 만들어 내겠다는 건지. 어쩔 심산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만들어내던지 그다지 실효성은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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