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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까스 Jul 13. 2022

곰브리치 세계사 - 에른스트 곰브리치

2022.0526-2022.05.28.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읽었다. <서양미술사>와는 달리 좀 이지한 난이도의 책이었다. 제목부터 '청소년을 위한'이 들어갈 정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방대한 양이 들어가 있으며, 세계사의 줄기가 꺾이는 과정을 이처럼 잘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계몽주의가 나타나는 과정에서, 종교라는 기치 아래서의 삶에 환멸을 느껴 개인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들 말이다. 이런 설명들은 곰브리치 자신의 박학다식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실 내용 자체는 그리 어렵거나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다. 독서모임을 지난 주 금요일에 했는데, 그 때도 책 내용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논의들이 오고가지는 않았다. 다만 유리누나는 매우 감명깊게 책을 읽었는지,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면서 책을 읽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태양왕 루이 14세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저 사치만 일삼는 꼰대인줄 알았는데, 왕의 위엄과 권위를 지켜나갈 줄 아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친척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아부가 심한 사람을 총애하지 말고 네 심기를 거스를 줄 알면서도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을 높이 평가해라. 여흥을 즐기느라 네 임무를 등한히 하지 말고 생활의 질서를 잡아 휴식과 오락 시간도 정해 놓아라. 국정에는 네 모든 주의력을 쏟도록 해라.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먼저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 보라. 최선을 다해 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라. 모든 사람을 친절히 대하고 그 누구에게도 모욕적인 말을 삼가라" 국가의 최고 권위자인 왕으로서 이런 격언들을 실천하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싶다만, 그래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다.


중간 부분 이후부터는 종교가 가장 중요한 팩터로 다뤄졌다. 기독교와 이슬람, 카톨릭, 영국 정교, 러시아 정교 등등.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종교가 없는 나는 종교인들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현대는 지난 역사상 가장 종교인의 수가 적은 시대가 아닐까? 종교의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하나,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서도 읽었다시피, 무교인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종교의 영향력은 무엇으로 대체되는가? 바로 과학인가? 확실히 예전보다는 종교보다 과학을 신뢰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다. 종교라는 것 자체가 무지에서 오는 신비에 기대고 있는 바가 큰데, 과학은 그 무지의 영역을 없애가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상충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곰브리치 세계사>의 마지막 장은 세계2차대전에 대한 것이다.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두 방과 함께 책의 내용도 끝맺고 있다. 이후 세계사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전세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세계 금융의기가 찾아오고, 코로나가 찾아오고, 유인 우주여행 상품이 나오고,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사시대부터 약 5000년 간의 인류 역사를 되짚어 오니,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찰나처럼 느껴졌다. 책에서 곰브리치는 우리의 역사 여행을, 우물로 떨어지는 공에 비유했다. 점점 떨어지면서 수많은 사건들이 이미지처럼 스쳐지나갔는데, 떨어지는 과정에 비하면 하나하나의 사건들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도, 길게 보면 인류가 써내려가는 크나큰 줄기의 한 이파리일 뿐이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할까? 이런 얘기를 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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