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미학 #감정 편 2

〈외로움의 안쪽〉

by 박동욱

외로움은 늘 예상하지 못한 틈에서 스며든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보다,

도리어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때 더 또렷하게 찾아온다.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느낀 날은

누구에게도 말 걸고 싶지 않았던 날이었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면 쉽게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내가 버려졌다’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쓸쓸함이었다.

외로움은 타인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내 안의 나에게서 멀어진 상태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

사람들은 외로움에 대해 쉽게 말한다.

“그래도 혼자 있는 게 편하잖아.”

“나도 가끔은 외로운 게 좋아.”

그 말들 안에는 어느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겠지만,

그 ‘가끔’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게 외로움은 무겁다.

이해받고 싶다는 갈망과,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체념이

한 곳에 섞여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자주 이중적인 얼굴을 한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간절해지는 밤이 있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편하다고 말하지만,

그 하루가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까 두려운 날도 있다.

**

외로움의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나’에 대한 그리움이 자라 있다.

한때 웃음 많았던 나,

사소한 일에도 설레던 나,

무언가를 간절히 꿈꾸던 나.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놓쳐버린 건 아닐까.

그 물음 앞에 서면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한 거울이 된다.

**

혼자 사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무뎌지는 감정들이 있다.

기대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기댈 줄도 잊는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호의조차도

어색하고 낯설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외로움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이 감정은

내가 여전히 사람이고,

여전히 누군가를 바라볼 줄 아는 존재라는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

외로움은 나를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가끔은 떠오르게도 한다.

텅 빈 마음에서 비로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이니까.

소란한 하루보다는

조용한 순간에 더 가까이 와주는 감정.

불쑥 찾아와

내 안의 공백을 쓰다듬는 감정.

그게,

외로움의 안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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