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안쪽〉
외로움은 늘 예상하지 못한 틈에서 스며든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보다,
도리어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때 더 또렷하게 찾아온다.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느낀 날은
누구에게도 말 걸고 싶지 않았던 날이었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면 쉽게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내가 버려졌다’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쓸쓸함이었다.
외로움은 타인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내 안의 나에게서 멀어진 상태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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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외로움에 대해 쉽게 말한다.
“그래도 혼자 있는 게 편하잖아.”
“나도 가끔은 외로운 게 좋아.”
그 말들 안에는 어느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겠지만,
그 ‘가끔’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게 외로움은 무겁다.
이해받고 싶다는 갈망과,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체념이
한 곳에 섞여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자주 이중적인 얼굴을 한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간절해지는 밤이 있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편하다고 말하지만,
그 하루가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까 두려운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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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나’에 대한 그리움이 자라 있다.
한때 웃음 많았던 나,
사소한 일에도 설레던 나,
무언가를 간절히 꿈꾸던 나.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놓쳐버린 건 아닐까.
그 물음 앞에 서면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한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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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무뎌지는 감정들이 있다.
기대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기댈 줄도 잊는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호의조차도
어색하고 낯설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외로움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이 감정은
내가 여전히 사람이고,
여전히 누군가를 바라볼 줄 아는 존재라는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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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나를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가끔은 떠오르게도 한다.
텅 빈 마음에서 비로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이니까.
소란한 하루보다는
조용한 순간에 더 가까이 와주는 감정.
불쑥 찾아와
내 안의 공백을 쓰다듬는 감정.
그게,
외로움의 안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