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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May 07. 2024

일단, 쓰고 보기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이하루, 상상출판, 2019)

아팠던 기억을 담담하게 쓰는 것. 기뻤던 일을 슬프게 쓰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의미 있게 쓰는 것. 글쓰기는 우리 삶을 새롭게 만드는 촉매제이다.
(p.208 / 상상은 낭비가 아니다)
완벽한 글이 아니어도, 하필 천재가 쓴 글이 내 글 옆에 있어도, 씩씩하게 쓰고 공유하자. 재능을 예단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모른다. 꾸준히 쓰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p.195 / 고민할 시간에 공유해)

# 글을 쓴다는 것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할 때가 있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말보다는 글이 더 편했다. 하지만 생각 좀 해보고 정리해서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은 적었다. 그렇게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데 즉각 답변을 말로 내놓으려면 대화를 하면서도 내 말을 궁리해야 했다. 상대방이 그걸 아느냐고? 생각보다 잘~ 안다. 아... 이 녀석은 내 말을 들으면서 딴생각을 하는구나. 그 순간 대화는 깊이가 사라진다. 그 결과는? 어색한 침묵, 궁색한 변명, 어정쩡한 마무리...


SNS가 발달한 요즘. 그게 오히려 더 편하다. 시간을 두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말보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 그것은 느긋하기 짝이 없는 나 같은 곰탱이에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했다.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신속하게 대답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면 글은 더 풍성해지고 지혜로운 조언자, 상담자로서 우뚝 설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쉬운 글쓰기와 편한 글쓰기는 달랐다. 쉽게 쓴다고 써도 편하기는 어려웠고 편한 글쓰기가 꼭 쉽게 되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글은 움츠러들었고 그림자 속에 숨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듯 생각하고 그 사람의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이 직업처럼 된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과연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정말 제대로 글을 쓰는 게 맞을까. 이런 회의가 고개를 드는 요즘, 이 책을 만났다. 나처럼 브런치에서 글을 써온 작가, 두려움과 막연함에 손을 놓았다가 용기를 얻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 그 작가의 이야기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 일단, 쓰자


1년 365일 다 쓰기는 어렵지만 1997년부터 써 온 일기가 30여 권에 이른다. 어쩌면 끊임없이 글을 쓰는 연습은 해온 셈이다. 그런데 무슨 '일단, 쓰자'냐고? 중간에 생략되어 있는 목적어가 있다. 바로 '내 글'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일기 몇 개를 되돌아봤다. 하루를 정리하는 것인지, 잊고 싶지 않은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글쓰기를 한 것인지, 감정은 어디로 날아다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그냥 쓴 것'이다. '에세이'가 될 수 있는 수많은 글쓰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찾아 다른 곳만 두리번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이제야 깨달았다.


책 표지 하단에 적힌 문장 하나에 공감 200%다.


'글밥' 먹은 지 10년째,

내 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나도 '내 글'을 제대로 써봐야겠다. 그 안에 내가 찾던 막연한 길도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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