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번외의번외 / 미영
X 같은 시험이 끝났다. 처음에는 비장한 마음으로, 나중에는 욕을 하면서, 더 나중에는 거의 울면서, 끝에는 아무런 마음이랄 것도 없이 몸뚱어리만 독서실에 갔으며 놀랍게도 이 순환을 대여섯 번 정도 반복하자 끝이 났다.
끝나면 가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진도항이다. 진도항은 초행길의 뚜벅이가 가기에는 살짝 용기가 필요한 곳인데(진도라고 말하기 억울할 정도로 진도 거의 끝에 있다.) 나는 용기는 없었지만 시간은 많았기 때문에 그래, 더 미루지 말고 가자! 하고 마음을 먹었더니 큰언니가 자신의 차로 가자고, 작은언니가 가서 게살비빔밥을 먹자고 해서 결국 셋이 가게 됐다.
방파제만 찾으면 바로 기억관을 찾을 수 있겠지 했으나 컨테이너박스가 생각보다 작아서 찾느라 꽤 걸어야 했고……. 기억관 입구에는 큰 포대자루가 하나 있었는데, 진도 주민분이 모아둔 것인지 그 안에 쌓인 쓰레기와 함께 주민센터 직원에게 남기는 '꼭 수거해 가주세요'란 쪽지가 기억에 남는다.
아무튼간 이미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고 하니 올해나 내년이면 철거가 완료될 것 같아 그 전에 한번 다녀오고 싶었다. 잘했다 싶다! 게다가 지금 진도에 유채꽃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많이 피어 있어서, 이건 뭐, 노란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마침 진돗개 공연도 오늘 무료라는 소식에 작은언니가 갖은 호들갑을 떨길래 느닷없이 날쌘 진돗개들의 향연까지 보고 왔다.
마지막으로 게살비빔밥 집에서는 성게비빔밥, 전복비빔밥을 더해 세 가지 메뉴를 시켜 먹었다. 또 마침 우리도 세 명이라 셋이 사이좋게 각각 밥을 비비고 자유롭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비빔밥 그릇마다 공용 숟가락을 하나씩 꽂았는데, 이상하게도 식사가 모두 끝나고 보니 내가 쓴 숟가락만 네 개가 되어 있었다. 졸지에 팔이 여덟 개 달린 관세음보살 취급을 받았다.
팔이 몇 개든 무슨 상관이랴, 결론은 개 같은 시험이 끝났다는 것뿐…….
끝.
※해당 편은 본편이 아닌 연재실패 번외편 <나 이렇게 바보같이 산다>의 특별 번외편, <나도 이렇게 바보같이 산다>쯤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