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전까지 몰랐던 짧은 시간의 고마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이다.
남녀노소,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하거나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하지만 24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 다를 것이다.
어떤 날은 별 의미 없이 하루가 휙 지나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내가 뭔가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뿌듯하게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출근을 하게 되면서 30분이라는 시간의 힘을 알게 됐다.
30분..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된 직장은 점심시간이 30분이다.
물론 저녁시간도 30분이다.
3교대 근무라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날이 있다.
처음엔 30분 동안에 어떻게 밥을 먹을까.. 체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사무실에서 휴게실로 걸어오는데 몇 초가 걸린다
나오는 길에 사물함에서 휴대폰도 챙겨야 한다.
CCTV 관제 시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휴게실로 와서 도시락을 꺼내고 몇 시간 못 본 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
카톡에 답도 달고 문자도 보고 나는 소설도 한편 보면서 밥을 먹는다.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가기도 하고 쌀국수로 간단하게 해결하기도 한다.
처음엔 밥과 반찬을 챙겨서 다녔는데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관제만 하다 보니
밥을 든든히 먹고 나면 속에 부담이 와서
요즘은 쌀국수나 죽 혹은 새알심을 넣고 끓인 미역국도 가져간다.
처음 라면을 먹던 날..
주전자에 물을 많이 넣어서 끓이는 바람에 시간이 꽤 걸렸고
분침은 자꾸 가는데 라면은 익지 않고... 그래서 덜 익은 라면을 먹고 말았다.
다 먹어갈 즈음 먹기 딱 좋을 정도가 된 것도 지금은 추억이 됐다.
선배들이 30분이면 시간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긴가민가했다.
본인들은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과일 먹고 화장실도 다녀온다고 했다.
첫 식사를 할 때는 시간이 빠듯해서 양치질까지만 겨우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관제를 할 때 이야기를 하지만 식사 시간엔 서로 대화를 잘하지 않는다.
각자 개인적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으로 배려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밥을 먹다 보니 12분이면 모든 식사가 끝난다.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귤을 하나 먹고 양치질을 하고 나면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후 10분 정도는 정말 꿀맛 같은 시간이다.
나는 대부분 휴대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낸다.
뉴스를 검색하고 메일을 확인한다.
밴드에 올라온 알림도 확인하고 나면 28분이 된다.
그러면 다음 조와 식사 시간 교대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30분이 짧은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30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았다.
우리는 긴 시간이 있어야 뭔가를 할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사실 내가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도 20분이면 된다.
시간을 짧게 쪼개 보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을 창조한다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일을 하고 어떤 양질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그건 오직 내가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손 놓고 있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한 시간은 나를 위해 운동도 하고, 30분정도는 손에 책을 들어야겠다.
올해는 짧은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을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