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의 기이한 영토는 장소를 갖지 않는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9)
1.
모든 것에는 그것에 생기를 주는 무언가가 있지
식물에게는 그게 바깥에 있는 작은 요정
동물에게는 동떨어진 내부의 어떤 존재
사람에게는 그와 함께 사는 영혼이자 이미 그인 존재
- 나보다 앞선 타자. 내 속에 나 아닌 목소리는 정주 이전의 흔적을 담고 있다. 내부이자 바깥이며, 다른 영혼이나 곧 나이기도 한. 엘랑비탈(élan vital)은 생의 약동이자 나로 환원될 수 없는 근원적 힘이다.
2.
그리고 세계가 예술을 창조하지, 정신은 아니다
바로 그런 식으로 찰나의 외부는 자신을 비석에 새긴다
그 안에 존속하면서
- 창조는 바깥 없이는 불가능하다. 협애한 세계 너머, 주체로 다시 회귀하지 않는 내부. 내 속의 기이한 영토는 장소를 갖지 않는다. 찰나의 균열과 자신을 관통한 빛의 흔적. 아름다움은 오직 그 안에 머물 뿐이다.
(129~13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