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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의 자리에서

by 김요섭


응시한다,

닿지 않는 너의 침묵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텅 빈 중심에 머무는 것처럼


어쩌면 구원이란

침묵을 포기하지 않는 일


레비나스의 음성은

조용히 말한다
'네가 있기 전에, 너는 불렸다'


블랑쇼의 침묵은
눈동자에 스며들고
나는 감응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묻고 또 묻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견디는 방식으로


삶을 잃은 자리에서

말이 살이 되어
안에 거한다


비로소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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