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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는지 Sep 26. 2023

끝내주는 인생, 나도 살 수 있을까

이슬아 x 이훤 '끝내주는 인생' 북토크

속초 동아서점에서 모처럼 북토크가 열렸다. 문화행사가 차고 넘치는 서울에서야 흔한 북토크 행사이지만 이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작가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 중고등학교 때 다니던 동아서점, 문우당서림이 어느순간 탈바꿈하더니 완벽하게 브랜딩에 성공하여 어느덧 이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속초에서도 책과 관련된 양질의 문화행사들이 많이 기획되기 시작했고 속초 로컬들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행객분들까지 일부로 들리기까지 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끝내주는 인생' 책을 읽고 이 작가님의 솔직하고 당당한 문체에 반해있던 중 기가막힌 타이밍에 동아서점이 이슬아x이훤 작가의 "끝내주는 인생" 북토크를 기획해서 다녀왔다. 북토크의 큰 틀은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두 분이 콜라보 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뒤에 이어지는 Q&A시간에 우리는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인상깊었던 포인트들 몇 가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좋아하기 위한 마음을 간직하기 위하여


이슬아 작가님은 다작의 아이콘이라 불릴만큼 집필활동을 쉼없이 하고 북토크, 강연 등 요즘 가장 바쁜 작가님 중 한 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영어공부까지 게을리 하지 않는다기에 갓생사는 분인가 했더니만 알고보니 한국어를 새롭게 보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영어공부를 하는 수많은 이유들 중 가장 신박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그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노력과 품이 드는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그런가 뜻하지 않게 작가님이 지나가듯 하신 말이 오래 내게 남았다. 남들은 잘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어미나 조사 하나까지 신경쓰느라 매일 밤낮으로 글자와 씨름하며 얼마나 미운정 고운정 들었을까.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영어공부도 하는 이 마음이 내게 잔물결을 일으켰다. 


시선에는 '권력'이 있다


사진작품 활동을 하는 이훤 작가님은 초반에 시선의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선은 권력을 가지기 마련이라 사진을 찍을 때 최대한 그것을 배제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고.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사진은 어딘가 편안하고 자유롭다. '작가님은 작가로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길 바라세요?'라는 나의 질문에 이훤 작가님은 인터뷰라는 장르 안에 오해가 포함되어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는 오해받는 것에 대한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이내 나의 질문이 우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어령의 마지막수업>에서 말하길 인터뷰(Inter + view)는 말 그대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를 철저히 인터뷰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써낸 것이기에 오해는 인터뷰의 숙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뭐, 꼭 인터뷰 뿐이랴.


그의 말을 들으며 시선이 가진 권력을 인정하게 되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왜 나만 이렇게 남들 눈을 신경쓰고 사는걸까, 남들은 신경 안 쓰고 잘만 자기 갈 길 가는 것만 같은데 말이야..'하는 불만과 약간의 우울함이 조금은 위로받는 것 같았다. 시선은 '권력'을 갖고 있어서, 그래서 우리는 그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무려 ‘용기’까지 필요한 거였구나. 그게 당연한거였구나. 





북토크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두 작가님. 장혜영의 "연약하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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