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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는지 Oct 09. 2023

회사에서 꿈을 꾸던 나, 비정상인가요?

'기대치 재조정' 들어가실게요

"제가 슬럼프에 빠진 경험을 공유해 달라구요?"


치앙마이에 사는 동안 한 스타트업 '하이데어'에서 연락이 왔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조). 멘토-멘티를 이어주는 플랫폼인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경험을 토대로 관련분야에서 진로를 희망하는 분들께 멘토링을 해줄 수 있냐는 제안이었다. 아마 내가 어디선가 했던 인터뷰를 보고 연락을 하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나는 이미 일을 그만 둔 상태였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고 공부도 일도 그만두고 치앙마이에서 은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터라 감사했지만 제안을 고사했다. 내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데 누가 누구에게 조언을 해준단 말인가. 정중하게 답신 이메일을 보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답장이 왔다. 

하이데어 바로가기  https://www.hithere.co/ 


"지금 쉬고계셔도 좋습니다. 은지님이 지금 겪고 계신 시간들, 지금 하고 계신 고민과 생각들을 공유해주세요."


이 말 한 마디에 용기가 생긴 나는 덜컥 알겠다고 다시 답장했다. 인생에서 내가 가장 낮은 시기일 때, 모든 타이틀을 떼고 그냥 신은지라는 사람 자체로서 자본주의 시장에 던져졌을때 내가 과연 상품으로써 얼만큼의 값어치를 가질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싶어졌다. 해당 서비스는 내가 호스트로 등록이 되어있으면 유저들이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나와의 대화를 신청해서 내게 멘토링을 받는 방식이다. 


내게는 주로 국제기구/헤외취업 혹은 환경에 관심있는 분들이 대화신청을 걸었다. 연령대는 주로 진로고민이 한창인 대학생이 가장 많지만 중학생부터 나보다 사회생활 경력이 많은 분들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그렇게 멘토링을 시작한지 약 6개월. 

돈은 고사하고 그동안 다양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오히려 내가 얻은 것들이 훨씬 많다. 멘토-멘티의 관계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윈윈의 관계였다. 내게 대화를 걸어준 분들에게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이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우울했고 무너진 내 자존감을 조금씩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군다나 대학생분들과의 대화는 오랜시간 잊고 살았던 어릴적 나의 열정과 간절함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됐다. 


어제는 한 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인생의 신념과 일터에서 맞닥뜨리는 현실 사이 충돌이 일어날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시나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직종, 일터 불문하고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여러번 직장생활에서 암흑기를 가져왔었다. 작년부터 휴식기를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그러한 이유였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때때로 높은 기대치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이때,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을 바로 인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나는 내가 처한 환경을 모조리 바꾸어 버리기로 했고 그래서 치앙마이로 떠났다. 

Change가 아닌 Disruption. 단순히 변화가 아닌 기존에 내가 가진 것들을 파괴적으로 뒤엎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결이 다른 사람들과 관심없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하며 새로운 자아를 장착하고 지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신념 혹은 생각들이 새로운 각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가진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사실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다).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내뱉어질 때(혹은 글로 써질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것이 된다고 하였던가. 내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막연히 감각적으로만 인지는 하고 있었는데 멘티에게 나의 경험을 말해주기 위해 정리해서 말로 풀어쓰니 그동안 내게서 일어난 변화가 눈에 보이는 듯 뚜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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