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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집 Jun 30. 2019

악마


연립반장네 아저씨는 오늘 쥐약을 여기저기 뿌려놓는다고 그레를 외출시키지 말라고 했다.
나는 고민 끝에 연립 반장 아줌마에게 전화를 했다. 연립 주변에 보이는 똥이 있으면 제가 치울 테니 쥐약은 놓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똥이 문제이면 똥을 치우면 되지 않냐고... 밖에서 사는 생명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반장 아줌마는 연립의 작은 밭에 싸는 똥도 치우라고 했다. 그 밭은 연립 공동소유다. 그러나 반장네집에서 혼자 밭을 가꾸고 있다. 연립 주변에 싸는 것보다 본인들이 키운 농작물 위에 싸는 똥이 더 거슬렸던 것이다. 나는 공동 밭을 개인 소유처럼 쓰면서 밭의 똥까지 치우라니 치워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 쌀 때까지 쥐약을 뿌려 놓겠다고 온 동네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했다. 길고양이들이 그레 때문에 모여든 거라며 집 밖에 내놓을 생각하지 말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똥 이야기가 붉어져 나왔을 때 개 키우는 윗집 할머니가 모든 사람을 붙잡고 고양이의 똥이고 그레가 길고양이를 끌어들인다고 말한 결과이다.

나는 똥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한숨만 나온다. 힘없는 생명에 대한 분풀이하는 그들을 나는 용서할 수 없다. 해결점을 못 찾고 도움을 못주고 있는 이 상황이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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