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HRD의 중점과 방향
HRDer로서의 소고(小考)
HRD는 매년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조직과 구성원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아쉬움의 배경도 비슷하다. 수행인력의 부족, 교육예산의 한계, 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조직 내부의 의문 등이다. 새로운 교육주제나 교수학습방법 및 교육과정의 부재 등과 같은 것도 포함된다.
물론 HRD에서는 매년 마주하게 되는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시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탐색하고 학습한다. 또한 그동안의 결과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시행되는 것들도 많다. 이는 202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25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HRD는 그동안의 아쉬움과 노력을 발판으로 삼아 진전(進展)을 추구했으면 한다. 진전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 진행되어 발전한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HRD의 진전이 필요한 이유 중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삶과 일에서 세대별로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가 보다 선명해졌다는 것이 있다. 그리고 COVID-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일하는 방식과 학습하는 방식이 변화되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생성형 AI의 도래와 확산 등으로 인해 HRD에서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동안 느꼈던 아쉬움과는 결이 다른 또다른 아쉬움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2025년 HRD의 중점을 ‘진전(進展)’, 즉 ‘Progress’에 놓고 이에 대한 개인 차원에서의 고민과 조직 차원에서의 논의를 위한 몇 가지 중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참여(Participation)다. HRD의 성공과 성과는 학습자들의 참여정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교육주제와 내용이 좋아도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그래서 그동안에도 학습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방법들 중에는 아날로그적인 방법도 있고 디지털을 활용한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들은 주로 교강사의 주도로 이루어져 왔으며 학습자들은 소극적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는 학습자들의 참여를 보다 능동적으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학습자 스스로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나 해당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는 것 등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추천(Recommendation)이다. 우리는 이미 개인이 살펴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식과 콘텐츠 등에 노출되어 있다.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 문제는 질적인 측면이다. 동일한 주제일지라도 출처의 신뢰성이나 전문성 그리고 타당성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용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내용이 전파되거나 확산될 수도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경우라고 해도 교차검증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날 HRD에서는 사람이든 콘텐츠든 추천할 수 있는 역량과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 더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HRD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부단히 학습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며 자신만의 전문가 위원회(expert pool)를 구축해나갈 필요도 있다.
탁월함(Outstandingness)도 중요하다. HRD에서 탁월함은 특정한 교육과정이나 강의에 대한 높은 만족도 등과 같은 결과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HRD에서의 탁월함이란 접근하는 관점이나 방법 그리고 과정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과감한 이종교배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에도 시도한 바가 있다. 이를 테면 골프와 경영이나 명화에 숨겨진 교수법 등과 같이 서로 이질적인 분야를 접목시켜 보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거나 숨겨진 고수들을 찾아내는 것도 방법이고 미래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도 있지만 역사와 문학 그리고 예술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성장(Growth)이다. HRD가 추구하는 것의 중심에는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 있다. 정확하게는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HRD에서 말하는 성장은 누군가에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기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성장의 수준은 기여할 수 있는 것의 폭과 깊이에 따라 가늠해 볼 수 있다. 따라서 HRD가 개인 차원에서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맡은 역할이나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나 무언가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 즉 기버(giver)가 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고 조직 차원에서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장, 이른바 학습문화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HRD의 진전을 위해서는 재설계(Redesign)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폐기학습(Unlearning)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새로운 지식에 대해 습득하기 전에 과거와 단절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개인이나 조직 모두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습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사고 방식에서 탈피하고 낡은 것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재설계는 그동안 축적되고 관리되어 온 내용들에 대한 정리와 선별하는 것이 시작이다. 이후 선별된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어떻게 구성하고 편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더해 경험(Experience)도 중요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미 수년 전부터 HRD에서는 학습경험이나 학습자 경험 그리고 학습여정 등과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어져 왔다. 이는 세대별 동기부여 방법과도 연계되어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크게 도구적 동기와 본질적 동기가 있다. 간략하게 말하면 도구적 동기는 무엇을 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으로써 주로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본질적 동기는 무엇을 하고 싶어서 움직이는 것으로 내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경험을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 동기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HRD는 구성원들의 본질적 동기를 찾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구성원들로 하여금 수행하고 있는 직무와 역할에 대한 자발성과 주도성도 기대할 수 있다.
자극(Stimulation)도 필요하다. 자극은 변화의 출발점이다. 자극을 받으면 반응을 하게 되는데 반응의 과정과 결과가 HRD와 연결된다. 이러한 자극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람에 의한 자극, 경험에 의한 자극 그리고 콘텐츠에 의한 자극이다. 사람에 의한 자극이란 교수자나 전문가에 의한 자극이기도 하다. 이는 지금까지의 HRD에서 중점을 두었던 자극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경험에 의한 자극이다. 직무상 성공과 실패사례는 물론, 대인관계나 사적인 경험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개인에게 투영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콘텐츠에 의한 자극이란 특정한 주제나 이슈 혹은 트랜드 등과 관련된 각종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HRD는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전환(Shift)이다. 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거대 담론은 아니다. HRD에서의 전환은 일종의 역발상에 가깝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한 것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교육은 반드시 강의장에서만 해야 하나? 교강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온라인 교육은 왜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강의장에 책상과 의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팀장 교육에 팀원들이 참관하는 것은 어떤가? 임원 교육에 팀장들도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될까? 등과 같은 질문이다. 무모한 질문일수록 새로움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도전적인 질문일수록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HRD에서는 시시각각 이와 같은 질문이 오고가야 한다. 단 이러한 전환에 있어 직각이 아닌 곡선을 선택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내용들은 HRD의 진전에 중점을 두고 P.R.O.G.R.E.S.S의 앞글자로 제시해 본 2025년의 HRD 키워드다. 대표성을 지니거나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HRD를 하는데 있어 관심갖고 접근해봐야 할 키워드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HRD의 주체와 객체 모두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보다 자명해진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변화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요구되는 힘은 표면이 아니라 내면, 다시 말해 본질에 있다. 그래서 HRD는 본질을 봐야 하고 본질에서 채워진 역량이 밖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HRD에서의 진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반이 튼튼해야 그것을 디딤돌이나 발판을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