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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보 Oct 28. 2020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바꿔온 물건 #1 수세미

천연 수세미

201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러기에 최선을 다하고도 있다. 환경을 위해, 미래를 위해 내 삶에서 조금씩 바꿔왔던 물건들을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몇 가지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물건도 있고 아직 시행착오 중인 물건도 있다.


친환경 제품을 써보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바꿔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세미

때는 2020년 4월. 내가 #플라스틱프리챌린지 를 시작한 지 2년 차. 시도했던 아이템들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어가는 시기였다. 친구가 내게 친환경 수세미를 써보라고 보내줬다. 모양이 독-특 했다.

수세미의 어원이 바로 이 수세미 열매였다. (이미지 참고) Luffa(루파)라고 불리며, 열대 아시아에서 생산되지만 국내에서도 소량 생산된다. 열매 자체를 쓸 수도 있고 가공해서 사용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 베트남에서 수공예로 만들어진다.

흥미로운데? 자료를 더 찾아보던 중 30년 평생 쓰던 수세미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마주했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플라스틱의 분해 기간은 500년.

플라스틱이 세상에 나온 지는 60년.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이 단 한 개도 없어지지 않았다는 뜻인데 내가 저 때 사용하고 있던 수세미는 일회용 수세미였다. 지금까지 일회용 컵, 샴푸통 같이 단단한 제형의 것들만 플라스틱이라 생각해 왔는데..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열심히 플라스틱을 버리고 있던 것이다. (정말 안일하고 미련했다.)


남편에게 당장 사용 중단을 요청했다.




바꾼 계기가 있는 물건이라 서론이 길었다. 그 이후로 7개월간 5가지의 천연소재로 만든 수세미를 써봤다.

이 제품들의 공통적인 장점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

2) 설거지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는다.

요즘 액체 세제는 그릇에 잔류하여 1년에 컵 한 가득 액체 세제를 먹고 있다는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플라스틱 수세미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미세 플라스틱 역시 그릇에 잔류하여 몸으로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3) 다 쓰고 버렸을 때 자연 생분해가 된다. 특히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제품을 구매할 때 중요한 부분인 "폐기(Disposal)"에 최적화된 물건이다.


그리고 천연 수세미의 유일한 단점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이다. 천연 소재라 섬유질이 인공 섬유질보다 약하다. 위생상의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수세미를 찾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될 이슈는 아니다.



(왼쪽 부터) 수세미 열매, 삼베 수세미, 수세미 열매(가공)

5가지 중 성공했던 3가지 리스트를 소개한다.


01 수세미 열매

수세미 열매를 그대로 쓰는 것이다. 우리는 열매의 크기에 따라 1/2 또는 1/3로 분할해서 썼지만 그릇 모서리를 닦기에 투박해서 지금은 샤워타월로 쓰고 있다. 부드럽지만 텍스처가 있어서 각질제거에도 좋은편이다.

삶으면 좋은 시기, 교체 시기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우린 한 번도 삶은 적 없..


02 삼베 수세미

삼베 수세미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대체불가한 장점이 있다. 세제가 필요한 경우엔 써도 되지만 삼베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한다. 이 제품을 쓰면서 내가 오일을 사용한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삼베 수세미로만 할 수 있는 설거지거리가 없었다. 짜임이 성글어서 올이 쉽게 나간다는 아쉬운 점도 있다.


03 수세미 열매(가공)

가장 추천하는 제품으로, 수세미 열매를 납작하게 압축하여 모양을 만들어 사용하기 좋게 가공한 제품이다. 압축해서 열매 자체보다 밀도가 높아 더 튼튼하다. 보편적인 수세미 모양과 가장 흡사해서 천연 수세미를 처음 사용해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다.



남은 두 가지는 실패 리스트이다.


04 유기농 비누 망

이 제품을 구매했던 제로 웨이스트 샵에서 사용하는 명칭이 아마 '유기농 비누 망'이었는데 이 광범위한 이름 덕분에 정확한 자료를 찾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다. 모시 섬유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샤워타월, 하나는 수세미로 사용했으나 정말 거품이 안생겨서 두 용도 모두 실패했다. 비누 망이라 안에 비누를 넣고 쓸 수 있는 건데, 여름에는 비누가 물러지기까지 했다.


05 마 수세미

마(실)수세미를 보면 대부분 비슷한 짜임으로 만들던데 그런 이유가 있을까? 이 제품도 성글어서 올이 쉽게 나가버려 오래 쓰지 못했다. 거품은 문제없이 잘 생겼는데 샤워타월로 썼으면 더 적합했을 것 같다.




위의 5가지 제품 테스트를 통한 가장 완벽한 조합이다.

가공 수세미 열매(03)를 메인으로 수세미 열매(01)를 얇게 잘라 비누 받침으로 쓴다. 물 빠짐이 좋아 비누 놓기 딱 좋다. 당분간 이 조합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건데, 대단하다!" 라는 반자동적 멘트가 늘 따라온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그렇게 부지런한가?'


그렇지 않다. 처음 써보는 물건을 사기 전 드는 투자비용(시간)은 유사하다. 다만 내가 제품을 고르는 기준에 우선순위가 '최저가냐 아니냐'가 아닌 '친환경인가 아닌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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