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에 대한 추천보다는 제품을 고르는 기준에 관한 이야기
2016년 애플워치 1세대가 출시한 이후로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만큼이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사실상 시장은 애플과 삼성이 독식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묘한 마케팅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애플 유저는 애플워치, 갤럭시 유저는 갤럭시워치를 주로 사용할 테지만, 최근 러닝의 열풍으로 이 지역의 숨은 강자였던 가민도 널리 알려져 어떤 제품을 고를지는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제품에 숨어있는 기능이나, 브랜드가 갖는 지향점을 보면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스마트워치의 역사를 살펴보자.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없지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스마트워치 제품군은 사실 피트니스밴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20여 년 전 핏빗을 대표로 하여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도 있었고, 삼성에서도 피트니스 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핏빗은 당시에 꾀나 유명한 제품이었으니 아는 사람들이 꾀나 될 텐데, 순토나 가민이 이 구역의 제품들을 먼저 손보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순토는 1990년대부터 멀티스포츠 시계를 개발했고, 가민은 2003년 GPS 기반 포러너를 처음 선보였다고 한다.
현세대의 스마트워치는 기술의 혁신으로 이런저런 모든 기능을 올인원처럼 때려 박아놨지만, 예전에는 손목에 차는 물건은 아날로그시계 또는 디지털시계였다. 그게 무엇이든 원초적으로 모두 시간을 보는 물건이었다. 기능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을 만큼 단순했고, 전자시계의 알람이나, 스톱워치 기능도 당시에는 혁신이었다. 라면 끓이기에나 사용할 법 직한 스톱워치 기능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이었다. 특히, 요즘 또한 열풍적인 달리기에 있어 정해진 리듬을 확인할 유일한 방법은 각 구간별 소요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지금이야 GPS 시계가 대중적이어서 달린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만 GPS 시계가 없던 시절은 달린 거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미리 거리가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것이 훈련의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트랙을 달리며 한 바퀴당 소간별 시간을 기록하여 페이스를 산출하는 방식이 짜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로드런도 유사하다. 주로 달리는 구역의 거리를 미리 알고 소요시간만 측정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한다. 그래서 스톱워치 기능은 중요했다. 하지만 낯선 장소에 가거나 훈련 장소를 바꿔야 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대략적인 거리는 감으로 알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페이스를 추정하여 정확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GPS 전문 회사로 항공, 항해 GPS 도 전문적으로 만들던 가민은 여기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시계에 GPS를 달면 이러한 페이스 계산을 손쉽게 할 수 있을 텐데. GPS 오차가 있어도 감으로 때려 계산하는 것보다는 훨씬 믿음직할 법하다. 그래서 시계에다가 GPS를 넣기 시작한 것이 흔히 러닝용 시계로 출시한 포러너 시리즈의 기원이다.
여기와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제품도 있었다. 순토에서 1998년 출시했다는 순토 벡터란 모델은 다른 고민이 있었다. 등반가들에게 필요한 기능은 페이스가 아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고도계, 기압계, 나침반이 묶인 ABC 센서가 필요했다. 고도와 방위로 대략적인 위치도 파악할 수 있으며, 목적지까지 대략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있다. 산에서는 거리만으로는 매우 불충분하고 고도계가 필수적이다. 순토는 별도의 ABC 센서를 시계에 통합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웃도어 시계라 포지션 했다. 이 ABC 센서는 그래서 지금도 많은 스마트워치에서 워치페이스나 특정 버튼등을 눌러 바로 볼 수 있다. 아웃도어 시작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영역에서 다이빙 컴퓨터를 손목시계로 가져온 모델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가민의 디센트 모델인데 이는 특수한 영역이니 생략한다.
핏빗이 주목한 것은 심박계이다. 심박을 알면 운동 시 노력의 강도를 추적할 수 있다. 그래서 핏빗은 심박계를 손목으로 가져와 피트니스 트래커라고 포지션 했다. 여기에 더해 가속도계를 넣어 걸음수를 측정할 수 있었으며, 바쁜 일상에서도 특별한 노력 없이 건강을 채우고 싶은 욕심 많은 현대인들은 핏빗을 손목에 차기 시작했다. 하루에 만보를 걷는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심박으로 알 수 있는 정보도 한계적이지만 마케팅은 성공했다. 핏빗을 차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었고, 비교적 저렴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거부감도 없었다.
가민과 순토는 정확히 필요한 기능으로 가치제안 했고, 핏빗은 욕망에 가치제안 했다. GPS 나 ABC 센서는 특정 목적에 매우 필요한 기능이나, 그에 반해 심박계는 그렇지 않다. 노력의 정도를 측정할 다른 방법도 많으며, 노력이 심박과 정확히 비례하지도 않는다. 특히나 각종 센서들이 결합하여 심박계 또한 필수요소가 된 현세대 스마트워치와 달리, 심박만 측정 가능한 당시 모델에서는 더욱 그렇다. 핏빗의 성공에는 마케팅의 승리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필요한 제품보다 필요할 것 같은 제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2015년 대망의 애플워치가 출시된다. 애플워치 1세대는 GPS가 없고, 고도계도 없다. 사실상 핏빗을 이은 제품인데,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었다. 가민과 순토와 달리 필요에 의한 기능은 배재되었으나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app을 구동했다. 손목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하고, 일정도 확인했으며, 심지어는 동영상도 봤다. 아주 욕심 많은 제품이었다. 이렇듯 혁신적일 것 같은 제품은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으나, 아주 똑똑한 것처럼 포장된 애플워치는 그래서 스마트란 이름을 가져다 쓸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GPS, 고도계, 온도센서 등 온갖 센서들을 흡수하면서 스마트워치는 명백하게 실제로 스마트해졌다.
가민이든 애플이든 그 시작은 다르지만 이제는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난다. 더 이상 애플도 애플워치를 손목의 컴퓨터로 포지션 하지 않는다. 가민도 이제는 라이프 스타일을 품었다. 기기의 똑똑함은 당연해졌고, 그들 모두가 실제로 추구하는 바는 건강과 운동이다. 이 분야에서 각 제품들의 포지셔닝과 전략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삼성은 따라 하기를 잘한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출시하니, 갤럭시워치를 출시했고, 애플이 에어팟을 출시하니 갤럭시버즈를 출시했다. 한 때 모바일폰의 공룡이었던 삼성이 자존심이 말도 아니다. 따라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공룡은 모두 멸종했다. 발 빠르게 대세에 따른 삼성은 아직도 견실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대형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기도 해서 애플도 이에 편승시켰고, 폴더블폰 시장도 만들었다. 하지만 유독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여전히 죽을 못쓴다. 애플이 만드는 생태계가 무척이나 부러울 텐데 영 힘을 못쓰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를 비교하는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지금은 애플이 이 영역의 확고한 승자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먼저 숫자를 보자. 2024년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시장에서 애플은 22% 점유율, 삼성은 10% 미만으로 2배가 넘게 차이 난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양사 간 유사한 숫자를 보이는 반면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그 차이가 크다. 아이폰 유저는 상당수 애플워치를 이용하지만, 갤럭시 유저는 뜸하게 갤럭시워치를 손에 찬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이 아직 웨어러블 시장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마케팅 전략상 분명한 문제가 있다. 음악이 잘 나오면 되는 갤럭시버즈는 논외로 하고 스마트워치만 바라보자. 삼성이 기대고 있는 것은 이미지 마케팅이다. 애플처럼 좋은, 또 애플보다 좋을 수 있는 디자인에 주목하고, 주 무기는 가격이다. 마케팅에서 가격을 주 무기로 삼는다는 것은 그 외 핵심 가치제안을 설정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달리 제안할 가치가 분명하지 않으니 저가에 포지셔닝하고 그럼에도 괜찮을 법한 디자인을 추가하여 판매하자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론 시장의 니즈를 공략하지 못하고, 시장의 필요를 창출하지 못한다.
애플은 2022년 애플워치 울트라를 출시한다. 크기를 키우고, 아웃도어에서도 견딜 것 같은 전면 유리를 강화하고, 쉬운 활용을 위한 버튼을 추가하고, 배터리를 늘렸다. 본격적으로 가민과 순토가 장악하고 있는 피트니스 시계 시장으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실제로 애플은 매우 진지했다. 듀얼밴드 GPS를 탑재했고, 40m 스쿠버 다이빙도 지원한다. 아웃도어 시계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요소에서 실제 아웃도어 성능을 장착했다.
GPS 듀얼밴드는 2가지 주파수의 GPS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각 주파수의 장단점을 활용하여 신호를 보정한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냐면 GPS 신호는 주변 지형에 따라 방해를 받아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게 되는데, 듀얼밴드를 쓰면 그래도 정확도가 많이 개선된다. 듀얼밴드를 쓰던 단일밴드를 쓰던 주면 지형 방해가 거의 없는 곳에서는 정확도 차이가 크지 않아 체감이 잘 안 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도심 속이다.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서 단일밴드 GPS는 정확도에 큰 문제가 있다. 본격적인 러닝 시계에는 듀얼밴드 GPS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애플은 애플워치 울트라를 출시하며 듀얼밴드 GPS를 탑재하였고, 가민은 입문용 포러너 모델부터 모두 듀얼밴드 GPS가 탑재된다.
삼성은 2024년 갤럭시워치 6 프로(울트라) 모델을 출시한다.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원형이지만 전체 시계디자인을 사각형으로 하고 크기를 키워 전체적으로 애플워치 울트라만큼 우락부락해졌다.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모델 손에 채워 피트니스 기능을 부각했고, 극한에 도전한다는 마케팅 키워드를 잡아서 아웃도어 시장을 바라봤다. 애플워치 울트라를 선망하며 가격은 $499로 책정하여 애플워치 울트라의 반값보다 조금 높게 설정했다. 이미지로만 보면 모든 면에서 강력하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제품 이미지만큼 제품의 성능은 진지하지 못했다. 갤럭시 프로는 단일밴드 GPS였다. 또한, 갤럭시워치 울트라는 다이빙도 지원하지 않는다. 피트니스와 아웃도어 시장을 내다봤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기능은 없다. 그쪽 사람들은 이 제품을 쳐다보지 않는다. 애플워치 울트라의 디자인이나 이미지가 부러웠을 일부 갤럭시 유저들은 구매를 했을지 모른다. 필요한 제품보다 필요할 것 같은 제품을 살 수는 있다. 한마디로 갤럭시워치 울트라는 ‘아웃도어 시장에 침투하려고 하는 애플워치 울트라’를 디자인만 따라한 꼴이 돼버렸다. (배터리는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갤럭시 워치의 무리수이다. 갤럭시워치는 정작 똑똑하지 않은데 잘난 척만 해서 얄밉다. 갤럭시워치에는 전통적으로 아주 많은 운동모드를 내장하고 있다. 러닝, 하이킹은 물론이고 배드민턴, 스쾃, 줄넘기, 요가 등 120종 이상의 운동모드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 모드 하나하나가 실속이 없다. 각각의 운동모드는 그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필요한 기능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넣어줘야 한다. 갤럭시워치는 러닝이나 걷기 빼고 대부분 각 운동모드별로 소모 칼로리'만’을 기록한다. 세부 스포츠 구분 없이 그냥 구기종목, 유산소 운동 이렇게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만 같다. 반면 가민의 운동모드는 물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잘난 척하지 않고 하나하나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볼더링 운동모드에서는 각 코스별 난이도와 등반 여부를 기록할 수 있고, 근력운동 모드에서는 (매우 부정확하지만) 운동 종류를 자동 인식(하려고)한다. 그리고 가민커넥트 앱에서 각 모드별 데이터가 다르게 표시된다. 또한, 운동 모드를 선택했을 때 시계에서 보이는 데이터도 다르다. 커스텀으로 설정할 수 있겠지만, 트랙러닝 모드에서는 거리가 km 단위가 아닌 m로 표시되며(트랙을 뛰는 게 거리를 정확하게 보려고 하는 거니까), 트레일러닝 모드에서는 페이스 외에도 총 상승량, 상승속도 등이 표시된다. 갤럭시워치에서는 걷기나 하이킹이나 러닝이나 트레일러닝이나 큰 차이가 없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가장 큰 문제는 갤럭시워치에 다이빙 운동 모드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모드의 디자인과 기능을 떠나서 심도계가 없으니 원초적으로 다이빙 지원을 할 수도 없다. 심도계가 없으니 다이빙 운동모드에서는 칼로리만 표시된다. 다이빙하는데 칼로리가 도대체 왜 표시되어야 할까? 다이빙 운동 모드를 넣은 이유는 뭘까. 120가지라는 운동모드를 마케팅 표어로 사용하고 싶었던 무리수가 아니었을까.
반면 가민은 도도하다. 여전히 못생긴 디자인에 흑백 디스플레이 디자인 모델도 있다. 종류도 매우 많고, 포지셔닝도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 고르기 어렵다. 그냥 애플워치 울트라처럼 올인원이었으면 좋으련만 아주 꼼꼼히 자세히 목적에 맞는 모델을 탐색해야 한다. 딱 적합한 모델이 있어도 너무 투박하다. 가민도 올데이 기능을 추구하지만, 아니 올데이 심지어 수면 중에도 착용해야 트레이닝 상태 점수를 주는 기능도 있지만 가민 제품을 올데이로 착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느낌은 출근할 때 가민시계를 차 보면 안다. 피트니스에 진정성 있는 사람 외에 운동할 때만 차는 시계가 가민 아닐까? 그래서 가민은 독불장군 같다.
사실 그런 이유도 있다고 본다. 포지셔닝이 중복되는 모델도 분명히 있지만, 모든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때려박을 수는 없다. 그만큼 아웃도어, 피트니스, 아웃도어 세계는 만만치 않다. 스마트 기능을 넣을수록 배터리는 빨리 소진된다. 가민이 포지셔닝하는 그룹에는 배터리가 매우 중요하다. 알람도 제대로 연동 안 되는 것도 많고, 전화도 받을 수 없다. 최근에 통화 가능한 포러너도 출시되었지만 배터리는 줄었다. 전화 못 받아도 되니 예전 모델 원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가민 제품은 크게 기능이 주도하는 제품과 디자인이 주도하는 제품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능의 차이는 듀얼밴드 GPS를 지원하는지, 심도계를 지원하는지로 크게 구분된다. 세부적으로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제품 포지션을 가르는 주요 키이다. 포러너는 심도계가 없으며, 듀얼밴드를 지원하고 배터리는 마라톤 코스까지는 전혀 문제없다. 심도계를 지원하는 디센트 시리즈 다이빙 워치이며, 모델에 따라 듀얼밴드 GPS를 지원하기도 하고, 멀티스포츠를 지원하지만 무거워 러닝용으로 적합하지는 않아 보인다. 주목적에 따라 제품의 큰 카테고리가 갈리고, 러닝용 제품들도 세분화되어 있다. 내장지도의 유무, 배터리 지속시간, 전화 등 스마트 기능, 화면의 밝기와 가독성 등에 따라 제품이 갈린다. 가민의 가장 특징적인 라인은 앤드류이다. 포러너보다 크고 무겁고 투박하지만 배터리에 있어 끝판왕이다. 앤드류 3세대까지 출시되었는데 GPS 모드에서 320시간 지속된다. 애플워치 울트라가 GPS 모드에서 30~40시간인 것을 비교해 보면 명확한 포지셔닝이다. 울트라러닝이나 장거리 트레일러닝처럼 배터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운동은 조금의 배터리 걱정도 말살시키는 앤드류 시리즈를 선택할 것이다.
피닉스는 가민에서 전통 있는 프리미엄 올인원 제품이다. 배터리도 오래가고, 디자인도 우수하며, 디스플레이도 상대적으로 좋다. 애플워치 울트라처럼 언제 어디에서 사용해도 좋을만한 모델이다. 듀얼밴드도 내장되어 있고, 심도계도 있으며, 운동모드도 풍부하게 제공한다. 아주 꽉 찬 육각형 성능의 모델이나 만능이 항상 우수한 것은 아니다. 심도계가 있으나 다이빙 모드를 지원하지 않으며 최대 측정 가능 심도가 깊지 않다. 즉, 레크리에이션 프리다이빙이나 스노클링 정도에서나 사용가능할 정도이며, 러닝시에는 포러너보다 무겁다. 장거리 트레일에서도 배터리는 앤드류보다 많이 아쉽다.
웨어러블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품이 아니다. 오랜 시장의 필요가 존재했으며, 각자의 영역에서 발전시켜 온 기기이다. 아날로그 심도계와 아날로그시계를 이용한 다이빙에서 다이빙 컴퓨터로 발전했고, 스톱워치에 GPS를 내장하며 러닝용 시계가 탄생했다. 또한, 고도계, ABC 센서를 바탕으로 아웃도어 기능들도 대두됐다. 다만, 이것이 대중에게까지 폭발적으로 퍼진 것은 스마트폰, 각종 SNS 서비스들과 연동되는 스마트기능이 부여되면서부터이고, 이때를 시점으로 스마트워치란 제품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이런 스마트 기능들이 실제 유용하냐를 떠나서,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를 창출해 내며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워치의 스마트 기능들은 태생적으로 한계들이 있다. 시계로 메모를 할 이유도, 사진을 볼 이유도, 심지어는 동영상을 재생할 이유도 없다. 시계라는 폼팩터를 같고 그 영역에서 최적의 가치를 제안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던 피트니스 세계이다. 그래서 애플은 온갖 기능들을 채워 넣으며 야심 차게 하드코어 피트니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애플과 못생겼고, 투박하며, 스마트하지도 않지만 피트니스 하나에는 진심인 가민의 대결은 앞으로도 볼만하다.
가민은 그간 수많은 라인업,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스마트워치가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영역의 모든 면을 채웠다. 애플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데일리 워치라인에 강한 포지셔닝을 구축했고, 피트니스 쪽으로 침범하고 있다. 삼성은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엉성한 포지셔닝을 두고 있다. 비슷한 모든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저렴하다는 포지셔닝은 아름답지 않다. 저가 포지셔닝은 언제나 한계를 갖고 있으며 강한 브랜드를 구축하기 어렵다.
다음 세대의 기술들을 상상해 본다. 삼성은 손목 위의 주치의를 고수할 것 같다. 심전도나 부정확한 혈압계가 실제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이 발전하여 손목에서 혈당을 추정할 수 있다면 상당한 도약을 할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고자 하는 니즈는 당뇨환자를 넘어서 도처에 있다. 데일리 건강이라는 포지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피트니스 플랫폼의 성능 또한 마케팅 전쟁의 중요한 열쇠라고 본다. 가민 커넥트는 투박하지만 유일하게 PC에서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또 경로 생성, 관리 등 파워풀한 부가기능이 있다. 애플과 삼성의 링 채우기는 깔끔하고 매력적인 인터페이스나 하드코어 피트니스를 대상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그보다 운동 성과에 대한 더 명확하고 전문화된 지표들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스트라바는 매우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경로 계획, 경쟁, 소셜, 도전과제, 성과 분석등 알차고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애플이든, 가민이든, 삼성이든 모두 스트라바에 기대고 있다. 스트라바만큼 운동 경로에 대한 히트맵을 깔끔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다. 스트라바는 무료기능을 일부 지원하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 구독형 유료서비스이다. 자체 플랫폼이든 협업을 통하든 각 제품들은 이런 대체 가능한 서비를 제공하고, 낮은 비용에 파워풀한 기능을 확보하는 것도 앞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중요한 가치제안이 될 것이다.
* 숫자가 표기된 자료는 쳇 GPT를 이용했으며,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 그림의 출처는 구글 서칭이며, 보통 제품소개페이지를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