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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머치토커 May 27. 2019

나는 누구를 위한 글을 쓰고 있는가.

축구를 잘 알아서, 축구를 잘 아는 사람에게 아니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쓸 수 없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제가 관심 있는 주제로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축구 이야기로 그리고 대화를 위한 넓지만 살짝 얕은 축구 지식으로 '기록'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놀랍고 기쁜 일이었죠. 그래서 요즘은 축구 경기를 보거나 흥미로운 기사, 이야기를 보면, "엇! 이건 브런치에 써야만 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는 쓰고 싶은 이야기의 뼈대를 바로 메모해 놓기도 하죠. 갑자기 떠오른 악상을 콩나물로 표현했던 그분의 마음이... 비교하면 안 되겠죠?


 그렇게 신이 나서 글을 쓴 지 4개월 정도가 지났는데요. 마지막 글 이후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는 무플 방지 위원회...이런 분들 없나요^^?

 문득 제 매거진을 스-윽 훑어보면서 느끼게 되었어요. 맞아요. 저의 글에는 공유와 댓글이 없습니다^^;;

 저렇게 모아 놓고 보니, 제가 쓰고 있는 글이 마치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저의 글을 공유해 주신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제 머릿속, 메모장에 있던 주제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글 쓰는 재주가 쬐~~끔은 있다고 생각했고, 재미도 있는데 말이죠. 물론 아직 10개의 글도 쓰지 않았지만 그리고 누군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려고요.




나는 누굴 위한 글을 쓰고 있는가...


축구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항상 고민이었던 것은 축구를 잘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누구를 위한 글을 쓸지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는 싶지만 챔피언스리그가 무엇인지부터, 포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축구에서 숫자가 의미하는 것부터 풀어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런데요. 제 글의 제목과 커버 이미지를 보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축구에 관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챔피언스리그, 포메이션의 뜻이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찾은 나름의 방식이 제목을 쉽게, 때로는 갬성적이고 중의적으로 써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경기 리뷰나 특정 선수, 팀에 대한 편향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적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축구에 관심이 덜한 분들도 쉽게 들어올 테고 일단 읽기 시작하면 제 글을 통해서 축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죠? 그래서 결국에는 조금씩 전문적이거나, 축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프리미어리그, 맨시티 등등)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네요^^




결국,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요. 결국 저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까? 어떤 주제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어떻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글 안에 저의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그저 알고 있는 축구 이야기, 선수 이야기, 대회의 이야기를 예쁘게 포장했죠. 직접 겪고 느낀 덤덤한 이야기가 아닌데 공감을 얻는다는 건,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애초에 불가능한 것 아니었을까요?


 저는 사실 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의 이야기부터, 인상 깊었던 직관 후기 그리고 제가 애정 하는 K리그가 발전할 수 있는 정책과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까지... 소재가 없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그전에 정하려고요.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저는 더 많은 사람이 축구를 좋아하고 관심 가졌으면 좋겠어요.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고민한다고 묘수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결정해 버렸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축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월드컵만 챙겨 보던 사람들이 챔피언스리그를, 유럽 축구만 보던 사람들이 K리그를, TV로만 보던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글을 써보려고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중간에 제가 먼저 포기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훨씬 더 친절하게 글을 적어야 할 테고요.


 축구가 그저 우리 동네 아저씨들이 일요일 아침에 모여서 한바탕 뛰는 운동, 4년에 한 번씩만 전 국민을 들썩이게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걸 계속 알려 드릴게요! 정말, 그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다음 주에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글 모임을 하고 있는 일곱 명부터 축덕으로 만들어 볼게요.(^^) 그리고 지치지 않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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