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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Mar 15. 2024

2. 축소되는 도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약 90% 정도이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도시화율은 임의 국가의 전체 인구수에 비해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가를 측정하는 지표로 도시화율이 90% 라는 의미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90% 정도가 도시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2024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인구수는 51,313,912명으로, 이 가운데 46,182,521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는 곧 도시의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바야흐로 축소의 시대에 들어섰다. 축소의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이동’에 따른 지역인구의 감소와 이로 인한 도시의 축소현상이다. 인구감소와 인구고령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바로 인구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요인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출생이나 사망 등의 자연적 요인보다 훨씬 더 빠르고 폭넓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구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의 이동은 유출되는 지역과 유입되는 지역의 인구변화를 주도하게 되며, 지역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대도시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낮은 고령인구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군 지역에서는 지속적인 청년인구의 유출과 인구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각 지자체가 더 많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지역을 이동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교육, 직장, 보다 나은 환경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지역을 이동한다. 인구학에서는 사람들이 거주지 이동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거주지 변화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이동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9세기의 유럽사회를 살펴보면,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였다. 농촌지역에서 농사만 짓던 이들은 도시로 이주를 한 직후에는 별다른 기술이 없어서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생활을 해야 했지만, 궁극적으로 도시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여 이주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1800년 유럽의 도시화율은 겨우 8-13%에 불과했지만,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180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잉글랜드 지역과 웨일스 지역의 경우, 1801년 17%였던 도시화율은 1891년 72%로 증가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도시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United Nation에 따르면 2007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인구의 5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교의 에드워드 글레이저 Edward Glaeser교수 또한 ‘도시의 승리 Triumph of the City (2011)’ 책에서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유가 도시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 전 세계의 가난한 지역들에서, 도시들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밀집된 도시공간이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In the world’s poorer places, cities are expanding enormously because urban density provides the clearest path from poverty to prosperity” (p. 2). 특히 빈곤국가일수록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드는데, 이는 도시가 사람들에게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도시, 특히 서울로 몰려들었다. 1955년 24.5%에 불과했던 도시화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70년도에 50.2%로 총인구의 5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도에는 82.7%, 그리고 2010년도에는 90.7%를 나타내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의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도시로 이동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인구이동은 여전히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특정 연령층의 인구이동이 지방 중소도시에서 수도권 지역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0년과 2020년 사이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을 연령대별로 비교해 보면,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림 3> 연령대별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 이동

출처: 통계청

2020년 기준 청년인구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경기도 지역이 청년인구 383만 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서울특별시(298만 명), 부산광역시(86만 명), 인천광역시(82만 명), 경상남도(81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서울, 경기, 인천)의 청년 인구수가 그 이외 지역의 청년 인구수(평균)와 비교하여 약 17배 정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 청년인구 지역별 분포(2020년 기준)

출처: 통계청

지방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전략을 연구한 김홍석 외(2021)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청년의 높은 순 이동률 분포는 서울로의 접근성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서울과 광역전철 혹은 철도로 연결된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청년의 순 이동률 분포가 낮은 지역을 살펴보면, 20대에서는 경상도와 전라도 소재 군지역 일부에서 낮은 순 이동률 분포를 보여주었고, 30대에서는 전라도 소재 군 지역 일부에서 낮은 순 이동률 분포를 보여주고 있어 20대와 30대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5> 청년의 순이동률 분포(2019년 기준)


    20~29세(좌)                                                                                           30~39세(우)

출처: 김홍석 외(2021)


우리나라에서 지방 중소도시의 소멸 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은 2014년 마스다 히로야의 책, ‘지방소멸’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스다 히로야는 향후 30년 이내에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의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용정보원의 이상호 박사는 2016년 마스다 히로야의 연구를 참고하여 2014년 기준으로 79개의 기초자치단체 시군구가 ‘지방소멸’을 경험할 수 있다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일본이 겪고 있는 도쿄로의 인구유출로 인해 나타나는 지방소멸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중소도시 또한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한 청년인구 및 일자리 감소, 고령화 심화로 지역경제의 침체와 지역민들의 생활수준 및 생산기능의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체 국토 면적의 12.6% 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수는 2021년 현재 2,603만 명으로 총인구의 절반 이상(50.2%)에 이르고 있어 비수도권 지역의 도시들이 빠르게 축소 혹은 소멸될 위험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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