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은 대형 서점 체인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서점으로 예술, 문화, 정치 등 특정 주제나 취향에 맞추어 큐레이션 된 책들을 판매하고, 독립 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을 주로 다룬다. 일반서적을 폭넓게 다루며 대중적인 책과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큐레이션 하는 지역서점과 구분된다.
2023년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 중인 독립서점은 총 884곳이다. 2022년 대비 69곳이 늘어났는데, 한 해 동안 일주일에 1.3곳씩 생겨난 셈이다. 독립서점의 현황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주식회사 동네서점의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서점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림 1> 2023 전국 독립서점 증감추세
출처: 동네서점 트렌드
독립서점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특별시(254), 경기도(150), 인천광역시(108)의 순으로 전체 독립서점의 57.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별 증감률을 살펴보면, 울산광역시(40%), 충청남도(29.4%), 경상북도(26.9%), 경상남도(25%), 부산광역시(15.8%) 순으로 비수도권 지역에 독립서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 독립서점은 20세기 초반부터 문학, 예술, 정치적 담론의 장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1950~60년대에는 비트 세대(Beat Generation)의 영향으로 독립서점은 반문화 운동의 중심지로 혁신적인 문학과 예술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여성운동, 시민권 운동, 환경운동 등의 사회적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1970~80년대에도 이러한 사회적 운동의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1990년대에는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과 같은 대형 서점 체인과 아마존(Amazon)과 같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및 독특한 큐레이션과 개인화된 고객 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문화의 중심지로의 역할을 지속했다.
2000년대 이후 독립서점들은 다시 부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다양성, 탈중앙화, 비주류 문화를 존중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고용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노동 환경이 변화되면서 사람들이 일터에서 느끼던 소속감과 안정감을 잃으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제3의 장소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독립서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2010년대 이후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서 독립서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정한 주제나 테마에 맞춘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워크숍 등의 다양한 독립서점의 문화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 및 취향을 중요시하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독립서점의 증가는 1990년대 후반 경제 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나타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선 먼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채택으로 인한 고용 형태의 변화이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전환됨에 따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비정규직과 프리랜서의 증가로 이어져 사람들의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일상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여가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취향공동체의 형성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느슨한 연대’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다.
두 번째, 독창성과 개성, 그리고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등장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로 우리 사회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다. 대형서점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독립서점을 선호하며, 자신들의 경험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한다.
세 번째, 1인 가구의 증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23%를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1인 가구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소비패턴을 보이며,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독립서점과 같은 소규모, 특화된 상점들이 인기를 얻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독립서점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특화된 책 큐레이션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제공하고 있다.
네 번째, 디지털 시대의 대안적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인해 물리적 공간에서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독립서점은 디지털 피로감에서 벗어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다섯 번째, 환경, 윤리,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와 지역사회와의 유대감을 중요시하는 로컬리즘 트렌드의 확산이다. 서구사회에서 독립서점들이 사회적, 정치적 담론의 중요한 장으로 기능하며, 혁신적인 문학과 예술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도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며, 지역경제를 지원하고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독립서점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 (Ray Oldenburg)가 제안한 제3의 공간으로서 사회적 교류와 커뮤니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립서점이 지역재생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문화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재생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독립서점과 같은 소규모 문화공간이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위치해 있는 서울의 경우를 살펴보면, 홍대/연남동, 이태원, 성수동, 종로/혜화동, 합정/망원동, 서촌/경복궁 인근 등과 같이 문화적, 예술적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들은 독립서점들이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연계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독립서점들의 활동 덕분에 혁신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더 많은 예술가들과 젊은이들이 몰려오게 된 곳이다.
독립서점은 문화적 거점으로서 지역 주민들이 모여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독립서점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 저자 강연, 전시회 등은 지역 주민들 간의 소통과 결속을 강화시킨다. 지역 작가의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거나, 지역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등 지역 경제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독립서점은 독특한 개성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험화 영감을 제공하며, 지역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더해주게 된다.
<그림 2>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독립서점
이러한 요인들로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재생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독립서점은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풍요로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창의와 혁신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