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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May 09. 2024

물고기는 도대체 왜 키우는 거야

그저 관상용인줄 알았다.

지금은 안 키우지만 나는 애견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었고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며 대소변 가리는 훈련을 시켜 입양을 보낸 경험도 있다. 그래서 애완동물은 강아지 외에는 관심도 없었고 강아지만큼 교감이 안된다면 키우는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학교 방과 후 생명과학 수업 후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가지고 왔다. 작은 채집통에 넣어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며 키웠다. 나는 관심을 잘 안 가졌고 남편과 아이가 돌보다가 남편이 너무 바쁘고 아이도 물을 너무 안 갈아주길래 내가 큰맘 먹고 물을 갈아주었는데 그다음 날 보니 죽어있었다. 갑자기 몰려오는 허무함과 죄책감으로 눈물이 났다. '내가 이 아이를 은근 신경 쓰고 있었구나. 정이 들었나? 내가 뭘 잘못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시간이 지나 물고기 키우는 방법을 터득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물고기는 정말 오래 버틴 거다. 물을 그렇게 함부로 다 갈아주면 안 된다는 것, 먹이는 바닥에 가라앉을 만큼 많이 주면 안 된다는 것 등. 아무것도 모르고 키운 것 치고는 6개월 이상을 키웠으니 정말 오래 살았다.


만질 수도 없고 같이 산책 나갈 수도 없는 물고기는 도대체 왜 키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밥 주고 살랑살랑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만 구경해도 정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 손톱보다 작은 물고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 식물에게도 심지어 물건에도 애착을 느끼니 아무리 작아도 살아있으니 정이 들 수밖에 없나 보다.

너무 작아서 사진에서 잘 안 보인다. PC로 보면 보여요!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이야기한 후 우리는 물고기를 제대로 키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제대로 키우는 법을 1부터 10까지 다 배운 후에 수조와 여과기, 조명, 물을 갈아줄 때 필요한 도구까지 싹 다 사 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물고기는 일단 구입처 사장님이 네온테트라 2마리를 주셨다. 물에 차츰 적응하는 방법을 배운 대로 철저히 지켜서 어항에 두 마리를 이름까지 지어서 넣어뒀는데 첫 물고기들은 죽을 확률이 높다고 하니 두고 보려 한다. (4일째 잘 살아있다!) 남편도 나도 물고기를 한 번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우리 가족에겐 물고기가 생전 처음 들인 애완동물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물고기와 알고 보는 물고기는 완전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두 아기 물고기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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