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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pr 25. 2024

금사과

폴 세잔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1895>

폴 세잔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1895>

사과야 사과야 너는 왜 이리 비싸니?

가만있자. 세잔의 사과 그림에는 사과가 몇 개지? 얼핏 숨어 있는 놈까지 34개 정도 있는 거 같은데 그 당시 세잔은 사과 구하기 어렵지 않았나 보다.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데 오늘 아침에는 반만 깎아서 아주 작은 조각으로 썰어 아들과 나눠 먹었다. 그렇게까지 궁상맞아야 하나 싶지만 매일 먹어야 하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물가를 몸으로 느끼는 주부라면 이해하리라.


사과가 비싼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데 1800년대는 환경이 지금보단 깨끗해서 사과 구하기는 쉬웠을 것 같다. 세잔은 사과를 어디서 샀을까? 농장에서? 과일 가게에서? 요즘은 못난 사과가 그나마 가장 싸서 동네 마켓에서 못난이 사과만 사고 있다. 이름은 못난이 사과지만 모양도 맛도 괜찮다. 거기다 싸니깐 감사하지 뭐. 사과 하나 때문에 손을 덜덜 떨어야 하는 시대가 올 줄이야. 기후 변화. 정말 심각하다. 


유명한 명화를 두고 시답잖은 글을 쓰고 있으니 세잔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그저 이렇게 많은 사과를 한꺼번에 구입해 아껴 먹는 게 아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세잔이 부럽다. 하긴 먹고 싶은 걸 참아가며 열심히 그린 끝에 근대회화의 아버지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겠지. 구도고 입체감이고 뭐고 다 팽개 치고 그냥 왕창 많은 사과를 느낌대로 우루루루 그려 낸 세잔. 나도 값에 상관없이 왕창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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