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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Dec 10. 2020

시작의 속성. 항상 기대와 다른 길로 인도를

프로젝트 '홍대앞의 소리를 찾아서' 마침. 이제 어디로.. 

휴직 중이었던 올해 2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오전에 수영 수업을 마치고 나왔는데,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더라구요. 예전 프로그램 출연자로 알게 된 음악평론가 차우진씨였습니다. 


그분의 제의로 시작한 팟캐스트. 처음에는 '프리랜서의 삶이란 어떤 걸까?'와 '같이 궁리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길이 있지 않을까?' 등의 마음으로 별 고민 없이 응했습니다. 회사에 지친 저에게는 궁금하면서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으니까요. 슬렁슬렁 기획회의를 하면서 '홍대앞'이란 공간에 대해서, 관련 여러 중요 인물을 인터뷰하고 다른 관계자와 함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음악평론가 김윤하씨도 합류하게 됐습니다. 


가격 면을 떠나서 스튜디오 대여 대신 장비를 사는 걸로 결정했구요. 이유는 장비를 사두면 이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기회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 였습니다. 기능에 따라 더 콘텐츠 제작 및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점도 있구요. 그래서 조금 가격이 나가는 오디오인터페이서와 마이크를 샀습니다. 전화연결도 가능하고 패드를 통해 다양한 사운들를 플레이할 수 있는 녀석으로 골랐습니다. 사운드 취재를 위한 마이크도 따로 샀구요. 


< 녹음 전 세팅 > 


제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획회의(회별 주제와 인터뷰이 선정) -> 인터뷰(두 분 중 한 명이 진행) -> 프로그램 구성회의 -> 인터뷰 컷 편집 -> 녹음 -> 편집 -> 업로드


인터뷰와 녹음을 시작하면서 편집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써봤는데, 회사에서 쓰던 프로그램과는 다르고 배울 거면 뭔가 제대로 된 걸 배우자는 생각에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큐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구요. 큐베이스를 배우면서 제가 얼마나 음향 및 음악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와 이 세계가 정말 끝이 없구나 등을 알게 됐습니다. 


말이 피디였지 엔지니어와 편집자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뷰와 프로그램 구성회의는 두 진행자가 이끌고 이에 따라 컷을 만들고 나름 정리와 배치를 해서 큐시트를 만들고 녹음과 편집을 맡았으니까요. 편집은 해오던 거라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너무 안일한 생각에 녹음 공간에 대해 방심해서 장비와 노력 대비 음질 면에서 좀 저퀄리티로 나왔지만요.. ^^;;  


아무튼 코로나와 일정 등이 미뤄지고 처음의 계획만큼의 인터뷰는 할 수 없었지만 10개월 저도의 시간 동안 여러 분들을 만나 인상적인 얘기를 들은 시간이었습니다.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 유어마인드 이로 대표, 한잔의 룰루랄라 이성민 대표, 생기스튜디오 정주영 생기장, 포크라노스 김호준&맹선호 부장님. 


각 자리에서 덕업일치를 이룬. 스스로 꾸준히 진행하고 발전시켜온 여러 시너지들. 후대에는 나의 때보다 더 전진한 모습을 바라며 달려온 모습도 있었구요. 제게 다가온 단어들을 적어보자면요,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것, 시도, 지구력, 독립(인디펜던트), 전진, 시간, 묵묵함 등입니다. 다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으셨더라구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하고 버티고 연대했다는 점. 우연이란 녀석이 말 걸 때 나름 각자의 콘텐츠와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게 포인트였던 거 같구요. 누군가를 위해서 제작했다기보다는 제가 듣기 위해서 제작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록 차원에서 독립출판물로 만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이쪽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어 생각만에 머물고 있네요. 


홍보라기보다는 제가 생각할 때 여러 인터뷰이들이 해주신 말씀이 참 좋아서 한가하실 때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올립니다. 홍대앞, 서브컬처, 인디, 독립(음악, 음반, 출판 등 장르에 상관없이)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녹음 상태가 불량이라 소리가 좋지 못한 점은 이해해 주시구요 

팟캐스트 <홍대앞의 소리를 찾아서>


                                       팟캐스트 들어보기->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애플팟캐스트


1화당 5편으로 구성돼 1~4편은 인터뷰 바탕으로 두 음악평론가가 대담을, 5편은 인터뷰 전체입니다. 인터뷰 전체가 핵심이라서 인터뷰 편만 들으셔도 무방합니다.  


어쨌건 나름 고가의 장비를 사고 큐베이스란 프로그램을 멘트 편집으로만 쓰는 어처구니없는, 어찌 보면 낭비를 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요. 그래도 큐베이스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게 되고 여러 가지치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장비도 마찬가지구요. 지금 장비를 더 알차게 쓸지, 아니면 중고로 팔고 다른 형태로 세팅을 할지 등 고민이 남아있지만 각자의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게 된 거 같습니다. 콘텐츠면이나 기술면에서 회사란 공간에 갇혀 제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는지도 깨닫게 됐구요. 팟캐스트가 나비가 돼서 많은 가지치기와 다양한 발걸음을 내딛고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면 어느 순간 예상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걷기 전에 아무리 생각하고 예측해도 걷다 보면 상상 밖의 곳에서 예상외의 사람을 만나게 되구요. 다시 또 의외의 길로 가게 되구요. 이러한 여정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서 이를 더 넓히거나, 깊게 들어갈지, 어떤 가지치기를 만들어 갈지는 본인의 또 선택이겠죠.   


담담하게 시작하고 흘러가는 동안 여러 갈래길에서 자그마한 선택을 하고 중간중간 서서 돌아보고 다시 또 담담히 걸어가는 것. 기대와 다른 만남에 의연히 인사하고 다시 걸어가는 것 


오늘의 노래는 카더가든이 작년에 발표한 정규앨범 < C >  수록곡인 '의연한 악수'입니다. 카더가든이란 이름을 사용하기 전에는 '메이슨 더 소울'이란 이름으로 활동했구요. 카더가든은 친구 오혁이 만들어준 이름이라고 하네요, 본명이 차정원인데 이를 단순히 영어로 해서 Car the Garden.. 이 노래는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제게 주는 상이기도 하면서 앞으로 다짐이기도 합니다. 


카더가든 정규앨범  < C > 

                                                                카더가든 / 의연한 악수(듣기) 


    

오늘의 믹스테이프는 홍대감성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홍대앞의 소리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살짝 홍대앞스러운 노래를 골라 봤습니다. 물론 아이돌이 부른 노래도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소속 기획사도 홍대앞에 있습니다. ^^;;


믹스테이프로 한 번에 듣기


곡별로 듣기 

  김수영 / 모르겠다 (prod. CLAZZI)

  이바다 / 그녀의 밤 (밤산책 live)

  시로스카이 / 너에게 (feat. 김새한길)

  도시(Dossi) / 꿈에 (조덕배 노래 remake)

  소수빈 / 나 행복해

  승희, 지호, 비니 / I Know (드라마 <스타트업> ost) 

  전지애 / 시간아 날 

  서자영 /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시옷과 바람 / 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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