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헤프게 씀과의 작별도
..........................................................................
진심 :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마음을 다함
성심 : 성실하고 정성스런 마음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 ...
업무든 프로젝트든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보통 경계하거나 주저하게 되는 지점은 '이 사람은 본심을 무엇일까?', '정말 날 위해서 하는 말일까?, '분명 다른 생각이 있을텐데.', '기브 앤 테이크일텐데 그냥 줄리가 없지.' 등 '마음을 쓴다'가 일종의 거래의 단초이다 라는 생각일 겁니다.
저에게 한정시킬 경우, 무언가를 받으면 이는 갚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구요. 그래서 제가 더 많이 주는 게 편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강화된 면도 있습니다. '그냥' 받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냥' 주는 건 참 쉬운데요.
특히 라디오 피디란 직업을 가지면서 더 민감히 반응하고 위의 메커니즘이 더 강화됐던 것 같습니다.
라디오 방송제작의 특성을 잠시 말씀드리면요. 주7일 방송으로 생방송 5일, 녹음 2일이라고 가정하면 일주일의 5일은 제작진(작가, 진행자, 리포터, 게스트 등)과 하루에 4-6시간을 같이 있으며 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진행자 및 게스트와 같이 있는 시간은 이보다는 적지만요. 또한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 간 이후에도 사건이나 뉴스 발생에 따라 끊임없이 카톡을 주고 받게됩니다. 계속 열린 채널을 가동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일과 놀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곳이어서, 같이 밥먹거나 술을 먹거나 다른 형태의 자리에서 얘기를 하면서 아이템도 얻고 프로그램의 갈 방향도 정하고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이와 관련된 변화와 흐름에 민감히 반응하며 긴장을 유지하는 게 꽤 큰 것 같구요.
라디오와 티비의 공통점은 책임자는 피디라는 건데요, 다른 점은 라디오는 생방송이 메인이기 때문에 피디의 힘이 영상매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편집'이라는 절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녹음할 때 디렉팅과 후반작업의 에디팅을 통해 피디의 역할이 완성되는데요, 라디오는 후반작업이 거의 없으니 피디가 개입할 영역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라디오 드라마의 경우는 다르지만요. 따라서 라디오 방송은 진행자의 롤이 제일 크고 이를 뒷받침하는 원고가 있고 그 뒤가 선곡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피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로그램 장르와 피디의 스타일에 따라 이 비율이 달라지겠지만요.
진행자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방송 퀄리티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일매일 체크하고 기분을 좋게 시킬 방법과 루틴을 찾고, 원고 문제로 작가와의 갈등이 있다면 이를 조정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리기 위해서 하는 매니지먼트가 피디 몫인데요, 어찌보면 부당한 화와 기분을 견뎌야 하는 점도 있고, 그걸 견디는 사람을 위로하고 이를 달랠 수 있는 당근을 줘야하기도 하고요. 물론 제 마음의 감정은 가장 후순위가 되지만요. 업무와 마음의 거래를 참 많이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업무와 마음의 거래는 다른 직업이나 상황에서도 다들 비슷하게 하는 작업일 거구요
방송제작을 위해 같이 시간을 지내며 부딪히다 보면 시간과 감정 소모 면에서 상당히 애매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지만, 데일리로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에 근접한 마음 소모가 일어나는 작업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직장동료와는 조금 다른 면이죠. 때로는 그 이상의 마음을 소모할 때도 있었습니다. 한 번 진행자를 달랠 일이 있었는데, 주말 내내 연락하면서 내가 이렇게 연애했으면 결혼은 열 번 이상 했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
아무튼 원만히 프로그램과 팀을 굴러 가게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양보를 하고 손해를 보지만 여러 제작진들이 모두 합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카리스마로 상대방의 손해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에겐 해당사항이 아니어서요. ^^;; 일종의 밀당이기도 하면서 어디선까지 내가 해주거나 뒤로 물러서야 하나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거래의 마음'과 '그냥의 마음'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했구요. 소위 진심이라는 것과 그냥 주는 마음이 가볍게 소비되기는 매우 쉬운 공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쓸데 없는 얘기를 너무 주절거린 거 같은데요. 그래도 가장 즐겁게 편하게, 그리고 피디의 롤이 컸던 심야 음악프로그램(선곡의 이유로) 제작 시에 인터뷰한 걸 올려 봅니다. 스튜디오 안도 보이고 해서 생방의 느낌이 좀 나지 않을가해서요. 저한테는 부끄러운 영상이기도 하지만요.
삥 돌아왔지만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음을 쓴다' 인데요.
진심. 성심.
결국 마음을 쓰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일텐데요, 저는 진심도 그렇고 성심도 그렇고 거래가 아닌,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과연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거래를 기대하지 않고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마음 씀씀이를 뭐라 할지 모르겠지만요. 진심을 다한다는 게, 조건 없이 무얼 하다보면 지쳐가는 점이 있습니다. 그냥 쓰는 마음이란 게, 보상이 없는 마음 씀씀이는 결국 제 심력과 체력을 사용하기만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 양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마음을 쓰고 있는 저를 보면 가끔 제가 마음 쓰는 자세가 헤프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떤 감정과 상황(사랑이든, 연민이든, 동정이든, 업무든..)에서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절 필요로 할 때 움직이고 보면, 타인의 거래를 저는 그렇지 않은 마음으로 받아 힘을 쓰고 상대하면, 여러 마음을 주는 방식으로 일을 마치면... 집에 누워서 결국엔 저도 무언가를 바랐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난 채우지 않고 다 비우고 왔다는 생각에요. 그런데 난 왜 자꾸 마음을 사방에 주고 돌아다닐까 하는 자책을 하기도 했구요.
그렇게 이곳 저곳 여기 저기 마음 쓰다 보면 결국 중요한 곳에 쓸 마음이 없어지더라구요. 총량은 정해져 있을테니까요. 돈은 신용카드로 미리 땡겨 쓰는 게 가능하고 또 가불과 외상이란 방법도 있지만 마음은 그럴 방법도 없구요. 물론 돈도 마음도 파산이란 건 똑같을 거구 다른 방법으로 버틸 수 있는 건 몇 달 차이겠지만요.
마음의 파산..은 아니겠네요. 갚을 건 없으니까요. 빈 마음의 잔고에서 시작해서 마음을 차근차근 채우는 데 노력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마음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어렵고 이런 헤픈 마음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란 게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니 총량 안에서 우선 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해야한다는 것과 그냥 지나쳐야 할 마음도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요즘입니다. 쉽지는 않지만요.
오늘의 노래는 전에도 소개했었는데요, 우연히 공연을 보고 반드시 뜬다고 생각했던 가수 케이시의 노래입니다. 노래 제목만 보면 1차원적인 선곡이라 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단순한 게 효과적일 때가 있으니까요. 2019년 3월에 발표한 싱글입니다. 가사는 케이시가 작곡은 조영수가 했습니다.
케이시(Kassy) / 진심이 담긴 노래 (True Song)
믹스는 이어서 발라드로 가볼까 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두드리는 목소리와 노래로 선곡했습니다.
곡별로 듣기
(Official Visualizer) - Remake (하수빈 원곡)
- 위수 / 우리에게 쏟아지는 별들을 (feat. 구원찬)
- 오소영 / 기억상실 (ebs 스페이스 공감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