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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Feb 23. 2021

정동진 바닷가 첫 경험

영화서점 <이스트씨네> 방문기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자동차로 다니는 여행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점심을 먹다가 가볍게 맥주 한 잔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그래서 동해, 강원도 쪽과는 친하지 않은 관계로 오래 남았습니다. 열차가 다니는 곳 위주로 다녔으니까요. 강원도로 놀러 간 건 대학교 4학년 때 스키 타러 갔던 게 마지막이었는데요.  


KTX가 뚫린 이후로는 언제 가봐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고, 원주 사는 친구 녀석에게 배달할 물건도 하나 있고 해서 한 번에 다녀오자 해서 어딜 다녀올까 고민하다 정동진으로 정했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알게 된 곳이고 해돋이로 기억되는 장소인데요. 살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더라구요. 마침 궁금했던 영화서점 이스트씨네 (인스타그램 가기)에서 스테이도 같이 한다기에 바로 예약해서 다녀왔습니다. 


영화 서점 <이스트씨네>


정동진은 해돋이 장면으로만 봤기 때문에 사람이 가득한 그림으로 익숙했는데요, 코로나 덕에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변 스팟은 계속 성장했지만 정동진은 모래시계 이후로 정체한 상태이기도 했구요. 생각보다 크지 않네 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 바다와 동해 바다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구요. 그동안은 제주도 해변을 많이 봐서 다름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밟는 모래의 탄력, 파도의 크기와 무게감, 햇빛의 강도, 바다의 냄새도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기분 차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새로운 기분을 많이 느꼈습니다. 두 번 밖에 안 해본 서핑이지만 이 바다에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제주도 바다보다는 전체적으로 선이 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스트씨네>는 두 분 주인장님이 꾸려나가시는데요, 영화 서점인 만큼 영화 관련 서적이 많습니다. 서점 영업시간에는 계속 영화도 상영을 합니다. 도착 당일 날에는 서점 마감 후에 혼자서 인사이드 르윈을 다시 봤구요, 다음 날 아침에는 서점에서 커피와 치아바타를 먹으면서 플레이되는 탕웨이 주연의 <The Book of Love>를 봤습니다. 그날 마감 후에는 주인장님의 추천 영화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를 함께 봤구요. 숙박을 신청할 때 식사까지 같이 신청하면 비건식의 깔끔하고 맛난 밥을 같이 드실 수 있습니다. 영화전문 서점인 만큼 영화 원작 소설, 시나리오, 감독들의 인터뷰, 에세이 등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정동진영화제를 다니면서 정동진에 공간을 차릴 결심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올해에는 꼭 정동진영화제에 다시 이 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스트씨네 예약하기)




정동진에서 두 밤을 자고 친구가 사는 원주로 넘어왔는데요. 영화, 책, 바다, 노을, 파도, 하늘, 사람, 음식 등 모든 따뜻함을 담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동안 날씨가 다행히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바닷가라서 날씨가 참 변덕스러운데 저는 운 좋게 너무 예쁜 노을을 만나고 왔습니다. 이 날 노을 보더니 두 분도 놀라며 저녁을 후다닥 입에 넣고 같이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연달아 찍었는데요. 



오늘의 노래는 '하도리 가는 길'로 골랐습니다. 방파제에 앉아서 멍하니 파도와 바람을 보면서 한참 멍을 때렸는데요, 물론 제주도 하도리 관련 노래지만 바다로 가는 길은, 마음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앨범에는 임인건님 연주 버전, 최선배님의 플루겐혼 연주와 함께하는, 이동기님의 목소리와 함께 하는, 강아솔님의 목소리와 함께하는 버전, 이렇게 네 가지 다른 버전이 있습니다. 링크된 영상은 2014년 12월 말에 하도리에서 열렸던 공연 실황 중에서 임인건님과 요조님이 함께 부른 버전이구요. 조금 더 생동감이 있는 걸 올려 봅니다.  


임인건 & 요조 / 하도리 가는 길 (live) 


그리고 믹스테이프는 '살랑'과 '찰랑'에서 왔다갔다 하는, 바다가 생각나는 노래 (듣기)로 엮어봤습니다. 

저는 바다를 보면서 차분히 제게 집중하다가 순간 즐겁게 노는 연인들,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찰랑찰랑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구요, 또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멍 때리기며 보기도 하는데요. 조금 다양한 바다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래의 노래를 골랐습니다. 

  - 임인건 & 이동기 / 하도리 가는 길 

  - 민수 / 섬 

  - 죠지 / 바라바줘요

  - 오존(O3ohn) / 우리 사이 은하수를 만들어  

  - 윤지영 / 언젠가 너와 나 (feat. 카더가든) 

  - 보수동쿨러 / 도어 

  - 다브다 / 마지막 달 

  - 장희원 / 바다로 가는 꿈을 꿔 

  - 이랑 / 너의 리듬 

  - 윤중 & 김사월 / 땐뽀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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