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엄마였습니다

by 문장 가이드 지니

에필로그.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엄마였습니다

영어가 스며든 우리 집,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엄마였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첫 삽을 떴던 날이 생각납니다. 텅 빈 대지 위에서, 대체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죠. 그렇게 시작된 우리 집짓기는 어느덧 네 개의 기둥이 튼튼히 세워지고, 따스한 온기가 감도는 제법 근사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아이요? 아이는 이제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며 블록을 쌓고, 제가 읽어주는 영어책 속 주인공의 표정을 제법 그럴듯하게 따라 하기도 합니다. 원어민처럼 유창한 발음도, 어려운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에게 영어는 더 이상 낯선 외국어가 아니라, 자기 삶의 일부이자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 대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 집을 짓는 동안, 아이보다 한 뼘 더, 아니 훌쩍 더 성장한 한 사람. 바로 ‘엄마’인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어가 스며드는 집’을 짓는 과정은, 사실 영어를 가르치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엄마’라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이 집을 지으며, ‘속도’가 아닌 ‘방향’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보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함께 걷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집을 지으며, ‘결과’가 아닌 ‘과정’의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올 영어 단어 하나를 기다리기보다, 영어책을 읽어주며 아이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냄새를 맡는 그 순간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집을 지으며, ‘비교’가 아닌 ‘믿음’의 힘을 배웠습니다. 다른 집 정원의 화려한 꽃을 부러워하기보다, 우리 집 마당의 작은 씨앗이 언젠가 자신만의 꽃을 피울 것이라 믿고 기다려주는 법을 배웠습니다.


결국 ‘엄마표 영어’는 아이에게 영어를 선물하는 일인 동시에, 엄마인 내가 세상의 불안과 조급함으로부터 나 자신과 내 아이를 지켜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영어는 그저 우리를 더 가깝게 이어주고, 함께 웃게 만들어준 고마운 도구였을 뿐입니다.

이 긴 글을 함께 읽어주신 독자님들, 지금 어떤 집을 짓고 계신가요? 부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과 당신 아이만의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집을 지으시길 바랍니다. 때로는 조금 더디고, 때로는 조금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그 집 안에서 아이와 함께 웃고 있는 당신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가이니까요.

지금까지 ‘영어가 스며드는 집’의 이야기를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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