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원사계 Feb 13. 2024

목표는 직장인이면서 작가인 사람.

남들은 어떻게 글 쓰면서 사는 걸까?

인터넷에 흔하게 떠도는 3대 광기가 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샤워하는 사람, 밥 먹자마자 설거지하는 사람, 주말인데 늦잠 안 자는 사람. 여기에 나는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직장 다니면서 브런치에 정기 발행 하는 사람이다.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는 몰랐다. 일을 하게 되면 세상 멋있는 직장 병행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과 글이라는 단어가 양립할 수 있는 말인가? 의문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분배해서 직장 다니는 틈을 타서 글을 쓰는 것이냐는 말이다. 한 달 차인 내가 하는 생각이다.


매일 밤 일에 찌들어서 침대에 눕는다. 거의 바로 기절하는 날도 있지만 약간의 생각할 시간이 있는 날이면 마음 한 구석에 콕 박혀있는 양심의 가책이 나를 괴롭힌다. 대체 글은 어느 틈에 써야 할까?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수행하느라 다른 여력이 없긴 하다. 그렇지만 이 또한 내가 만들어 낸 핑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 한구석이 영 불편하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내 정체성을 확립했던 시간이 분명 꽤나 길었는데 현실의 무게 앞에서 완전히 무릎을 털썩 꿇은 내가 너무나도 모양 빠져 보였다. 나 자신아. 이렇게 카리스마가 없어서 큰일 하겠어?


9시에 출근해서 6시엔 퇴근을 한다. 집에 들어오면 7시, 밥 먹고 잠깐 쉬면 8시. 양심상 조금은 움직여야지 싶어서 1시간 정도 걸어주면 9시에 샤워하고, 사부작 거리다 보면 10시. 씻자마자 잠을 잔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루치 수면 시간을 미달하면 다음날 고장이 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간의 모든 욕구 중에 수면욕이 가장 우위에 있는 사람이라 그렇다. 아니 그럼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언제 글을 쓰는 거지? 모두가 미라클모닝을 하는 건가? 아니면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월급 루팡이 쉬운 일을 하는 것인가? 나만 월급 루팡 타임이 1분도 없는 거였나? 어렵다 어려워. 아무튼 어느 순간을 비집고 들어가서 글을 뽑아내야 하는데 한 달 차인 나에게는 아직 버겁기만 하다.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는 게 정신없다 보니 내 정체성을 어디다 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멋진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은데 현실을 직장 생활에 매진해야 하는 처사이다 보니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면 내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어디에 둬야 하는 걸까?


작가가 하고 싶어? 열심히 좀 해봐, 힘줘서 해봐!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다. 이봐 친구, 작가가 하고 싶어? 힘줘서 해봐! 작가, 직장인, 혹은 글 쓰는 직장인 이 사이에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눈물만 흘리는 무용수가 되어가고 있다. 완벽한 과도기인데, 이 안에서 답을 찾아낼 나를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에 복귀하고 느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