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사진집을 발간하며
몇 달 전 서울을 떠난 지 7년 만에 서울을 찾아 이제는 낯설어진 홍대 골목에 서서 오래전 자주 걸었던 골목 곳곳의 풍경들을 만난 적이 있다. 바로 어제 걸었던 길처럼 골목마다 추억이 떠올랐지만 부드러운 카레가 맛있었던 카페 히비도 위로받고 싶은 날 자주 찾았던 나의 작은 카페도 하얀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카페가 오래전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른 곳으로 바뀐 공간을 보고 있으니 긴 시간을 통과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서울에 무언가를 놓고 온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 시절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22살부터 찍기 시작한 필름 사진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 수백 개의 폴더에 저장된 사진에는 그 시절의 나와 자주 시선과 발길이 닿았던 풍경과 시절 인연들이 있었다.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공간과 골목의 풍경을 담은 필름 사진집 ‘somewhere’은 20대의 나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같다. 볼 수 없는 것을 보려 하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 싶어 했던* 20대의 내 옆에 삶의 굴곡을 겪으며 조금은 유연해진 지금의 내가 가만히 곁에 누워 위로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바람이 있다면 지금의 불안과 걱정도 조금씩 작아질 거라고 말해 준다면 좋겠다.
Somewhere Vol. 1
판형 : 210*148mm
페이지 : 30p
제본 : 중철 제본
출간일 : 2022. 8. 23
*요조,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가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