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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ug 19. 2022

어떤 처음이든 괜찮아

독립출판이 출판사 등록으로 이어진 사연

독립출판으로 필름 사진집을 만들면서 어제는 구청에 가 출판사 등록 신청서를 민원과에 제출했다. 출판사 등록을 하지 않아도 독립출판이 가능하지만, 구청 문화관광과에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문의하고 관련 서류를 챙겨 구청에 가는 나를 보면서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것을 분명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출판사 등록 소식을 알리니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 주었다. 그중에는 ‘이분은 뭔가를 할 때 제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는 분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확장되어 갈지 궁금하다고 애정이 어린 관심을 보내는 분도 계셨다.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하면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었던 일도 독립출판을 하면서 출판사 등록을 한 일도 실은 그동안 부족하다고 여겼던 지구력을 꾸준함으로 연결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출판사 등록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각자가 품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경험을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게 고민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결심하게 됐다.


필름 사진집은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게 되었는데 판매 시작을 예고한 17일 자정이 되자마자 첫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자는 나보다 일주일 앞서 사진집을 만든 사진 친구였는데 친구가 주문받던 날 공지글을 올리기도 전에 테스트 중이던 주문 링크를 발견하고 입금부터 했던 나처럼 이번에는 친구가 주문서가 열리는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주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주문내역에 생각지 못한 이름을 발견할 때면 놀랍고 송구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그중에는 퇴사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전 직장 선배의 이름도 있고 내 글과 그림을 항상 좋게 봐주시던 오랜 지인도 있고 글쓰기 모임을 함께하는 분, 수업에서 만났던 어린이의 부모님, 독서 모임과 책방에서 인사 나누던 분 등 느슨한 연결로 이어진 분들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택배 대신 직접 배송받기를 선택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커뮤니티 밖에서 따로 만난 적 없는 분들과의 일대일 만남은 상상만으로도 쑥스러움을 동반하는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느슨한 연결로 이어진 거리를 사알짝 좁히고 싶어진다.


애써 사진집을 주문해주시는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들이 처음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향한 박수 소리 같다. ‘짝짝짝. 옳지. 잘한다. 잘한다.’

마음속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도 상상에 그쳤던 예전과 달리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뭐든 해볼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다. 용기의 바탕에는 어떤 처음이든 괜찮다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가진 고유함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곁에 있어 실패에 크게 좌절하지 않고 작은 성공에 크게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이 새순처럼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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