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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Dec 30. 2022

150번의 춤

 며칠 전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에서 일하는 새언니가 공연이 있어 대전에 오셨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이 가능한 공연이었는데 아이들이 어려 함께 보지 못하니 시간 되면 오후에 하는 리허설을 보러 오라고 하셨다. 아무것도 들고 오지 말라고 했지만 대전의 맛 튀김소보로를 양손에 들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보통 리허설에는 얼마큼 춰요?” 새언니는 공연하는 팀마다 다르겠지만 오늘 공연을 하는 팀은 70% 이상 진심으로 추는 편이라고 하셨다. 리허설이 예정돼 있던 오후 3시. 텅 빈 객석에 몇몇 스태프가 앉고 관객 없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날 공연은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의 향토민요에 춤을 융합한 공연이었는데 ‘음악 이전의 소리’, ‘춤 이전의 몸’이라는 주제로 타령 같기도 민요 같기도 한 음에 11명의 무용수가 소리를 몸의 언어로 표현했다. “새언니는 몇 번이나 보셨어요?” “이 공연만 거의 150번은 봤을 거야.” 본공연과 리허설을 더 해 150번의 공연을 보면서 새언니는 처음 보는 것처럼 무대 동선과 음향을 체크하고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 공연 관계자들과 공유했다.

 150번의 공연 너머에는 몇 번의 연습이 있을까. 공연에 올릴 음악을 선정하고 안무를 구상하고 무용수들과 동선을 체크하며 합을 맞추는 일. 매번 달라지는 공연장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에 대비하며 무대를 완성하는 일은 혼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비 오듯 땀을 우수수 쏟으면서도 동료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슬며시 웃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무수히 연습했을 시간과 부상을 이길 수 있는 건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보여준 70%를 100%로 채워줄 30%는 몇 시간 뒤 공연에서 만나게 될 관객의 기대와 환호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공연장을 나왔다.

 그날 밤 공연 후기를 찾아보다가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후기를 보았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무대에 오른 무용수인 것처럼 마음이 벅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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