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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Feb 09. 2023

삶이라는 무대에서

김신록, <배우와 배우가>

‘삶을 발견하는 것은 예술을 발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상적인 삶이라는 표피말고 그것을 뚫고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어떤 살아있는 감각, 말 그대로 ’삶‘말이다. p.196’


<배우와 배우가>는 김신록 배우가 25명의 배우를 2년에서 3년의 간격을 두고 만나 진행한 두 번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인터뷰와 인터뷰 사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 세계를 관통한 전염병이 있었고 그로 인해 공연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배우들의 삶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잦은 공연 연기와 취소, 무관중 온라인 상영 등의 변화로 짐작할 뿐이다. 두 번의 인터뷰를 통해 그사이 배우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져 있는 것을 보면서 한 인물이 알을 깨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책은 책의 운명을 산다는 말이 있다. 배우라는 직업과 아무 접점이 없는 나이지만 <배우와 배우가>를 읽으면서 수없이 밑줄을 그었다. 연극영화과 학생이 되어 현업에 있는 선배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주워 먹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언젠가 보았던 연극의 뒷이야기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책에 등장하는 배우의 대부분을 알지 못하고 못 본 공연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잘 보이는 것도 있다는 걸 느꼈다.


배우와 배우가 주고받는 대화가 연기 철학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읽히면서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쳤다. ‘사이의 몸, 사이의 언어, 사이의 인물‘. 나이기도 하면서 내가 아닌 것, 그 지점을 연기하는 게 배우라면 삶이라는 무대에서 나는 나이기도 하면서 내가 아닌 것을 어떻게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익숙해서 무감해진 감각을 새롭게 감각하는 일, 인식을 전환하는 일, 다름을 긍정하는 일.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면서 내 안의 가능성을 찾아가고 싶다.


cf. 이 책의 초판 인세는 배우들의 이름으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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