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작가 김봉철
지금은 폐업했지만 2019년에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독립출판물로 나온 책을 처음 접했다. 그곳에서 강렬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는데, 바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였다.
기존 출판 책에 익숙한 나로서는 처음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접했을 때, 책 표지과 내용이 낯설었다. 출판사에서는 받아주기 힘들 것 같은데, 그럼에도 뭔가 계속 읽게 되는 책이었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쓴 김봉철 작가는 뒤이어 『작은 나의 책』, 『이면의 이면』, 『봉철비전: 독립출판 가이드북』을 출간했다. 나는 김봉철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지 못했지만, 작년 말 텀블벅 후원으로 받은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대표작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와 함께, 『실용! 노가다 백서』,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를 다룰 것이다. 그의 책은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대다수는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하는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봉철 작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위의 링크 참조)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는 김봉철 작가가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엮은 독립출판물이다. 옛날에 나온 표지는 어두운 방 안에 문이 조금 열려있고 눈만 보이는 그림이라, 마치 공포영화 포스터와 같은 무서웠다. 2020년 웨일북 출판사에서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2022년 말에 작가가 직접 만든 출판사 문성에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다시 출간했다. 개정판에는 화사한 꽃밭에서 즐겁게 글을 쓰고 있는 남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제목과 내용을 생각하면 초판의 공포스러운 표지가 잘 어울리지만, 아무래도 독자에게는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개정판 표지가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 아픈 기억과 무력한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그려낸다. 에세이를 보면 별 볼일 없는 내용이라도 온갖 아름다운 문장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봉철 작가는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문장도 단문보다 장문이 많아, 어떻게 보면 독자에게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매우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부모님께 빌붙어 사는 모습과 너무나 소심한 작가의 행동이 꾸밈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나를 도와주겠다며 다가왔던 사람들이 결국 다 나에게 폭언을 하고 화를 내고 자신은 나와 급이 다르다. 너 따위가 감히,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애초에 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그래도 노가다도 나가고 그랬었는데 결국 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198쪽).
이 책에서 나온 우울한 내용이 과연 김봉철 작가에게만 해당될까?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그다지 공감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30대 백수가 아니더라도, 사회 속에 무시당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 책이 호불호가 강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독립출판물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어둠 속에 숨어있던 또 다른 김봉철이 독자들의 마음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에서 김봉철 작가는 콜센터 상담일과 공사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적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일을 거쳤지만, 공사 현장에서의 노동 경험은 따로 책을 쓸 만큼 분량이 많다. '노가다'를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면, '공사판노동자' 혹은 '인부'로 순화하기를 권고하는 내용이 있다. 그렇지만 책에서는 '노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니 이 글에서도 '노가다'라는 단어를 쓸 것이다.
*노가다라는 단어는 どかた (土方)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뜻은 '공사판의 막벌이꾼'이라는 의미이다(네이버 일본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과 "막일", "막일꾼"을 지칭한다고 나와있다.
『실용! 노가다 백서』는 작가가 직접 경험한 현장 이야기와 현장 용어를 설명한 책이다. 그는 독립출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가다를 시작했다고 한다. 속칭 노가다 일을 하고 싶다면, 인력 사무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구직 홈페이지에 인력 사무소의 공고를 보고 연락하면 된다. 그렇다고 맨 몸으로 그냥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신분증/이수증/작업복(안전화, 각반 등 포함)을 갖춰야 한다. 자세한 정보는 책에 다 적혀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실용! 노가다 백서』가 작가의 노가다 경험을 담은 책이라면,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는 현장에서 만난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요즘에는 직업에 있어서 성별을 많이 따지지 않지만, 아직도 노가다라고 하면 중장년 남자들이 힘쓰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아마 '여자들은 힘든 일 잘 안 하려 하잖아'라고 하는 불평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이유도 힘쓰고 격한 일을 남자들이 주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사현장에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여자들이 많은 간호계열에 남자 간호사가 있듯이, 남자들이 많은 공사 현장에도 여성들이 있다. 옛날에 연예인들이 공사 현장 체험을 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힘 좀 쓸 것 같은 남성 연예인이 들지 못하는 자재들을 50대 여성 노동자가 거뜬히 들고 지나갔다. 그분은 이 일도 기술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에는 위에 언급한 여성 노동자 9인의 인터뷰가 있다. 각자 다양한 사연과 직급을 가진 그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 남성들이 많은 현장에서 계속 일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들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형틀목수 오정혜 반장이 한 말이었다.
아무리 여자랑 남자가 신체적인 차이가 있다고 해도 여자라서 못하고 그런 건 세상에 없어요. 하면 다 돼.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우리는 그 시선들을 깨야 한다고 봐요(42쪽).
현장에 여자 화장실이 없어서 물도 못 마시고, 남성중심적 시스템이 심한 환경에서 버티기 힘들었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지만 그에 비해 화장실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남성 노동자의 경우 현장에서 해결하고 그것을 처리하지만, 여성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다행히 예전보다는 여자라고 무시하는 분위기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건설 쪽에서는 여성들의 진입이 적다. 마지막에 인터뷰한 대륜 건설 이도희 대표에 따르면,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둘 다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동안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주로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 대기업 종사자(임원 포함), 고위 공무원 등, 흔히 우리가 성공했다고 보는 영역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은 남성들이 많은 현장에서 직접 땀 흘려 일하는 여성들의 일을 다룬다. 이들의 이미지가 성공한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차별과 편견을 견딘 노동자로서 한 명의 노동자로 계속 일한다. 김봉철 작가는 현장에 묻혀있던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참고 자료
김봉철.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문성. 2022.
____. 『실용! 노가다 백서』. 2022.
____.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 문성. 2022.
____. "내일이 무서웠던 30대 백수의 방황 일기:『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저자 인터뷰". 채널예스. 2022. 11. 23
김진원. 박대수 의원 “건설 현장 내 화장실 현실화 필요”. 아유경제.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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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본문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