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보는 호크니의 삶, 작품 세계 영화 '호크니'
영국의 팝아트 작가이자 사진가인 데이비드 호크니. 미국에 앤디 워홀이 있다면 영국에는 그가 있다고 할 정도로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예술가의 초상’이 미국 2018년 11월 15일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 당시 미술계 현존 작가 작품으로써는 최고가로 낙찰이 되며 그의 이름이 더욱 유명해졌다. (현재는 제프 쿤스의 ‘토끼’라는 조각품이 그 기록을 갱신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통해 그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금발의 머리, 검은 뿔테안경을 쓴 모습으로도 유명한 젊은 호크니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한눈에 그가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다큐멘터리 영화 ‘호크니’는 초반부터 그의 남다름을 직감하도록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화면 속 60년대 런던의 길 한복판에 비치된 전광판에는 일련의 숫자들이 떠 있다. 그 숫자들은 담배,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을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그전에 알아두자면 호크니는 소문난 애연가다. 덧붙이자면 하루에 3갑은 족히 피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그의 지인들이 호크니에게 금연을 권하거나 흡연의 횟수를 줄이라는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호크니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친다.
정확한 단어 하나까지 기억해내 옮길 순 없지만 대충 ‘담배 아니어도 사람은 죽는다’는 식의 쿨한 반응이었다.
‘젊을 때는 갑자기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때 알 수 있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있어서 확고하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 취향을 좇는 아티스트이다. 사랑(그가 게이었기에 주로 남자 간의 사랑을 그렸다), 사람, 풍경, 사물 등 어느 정도 큰 틀 속에서 정해진 주제들을 위주로 작품을 그렸다면 반면에 작품을 그리는 기법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편이라 느껴졌다.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 다른 예술가들과 작품의 기법을 논하는 장면, 아이패드로 그렸던 몇몇 작품들을 보여준 장면이 그의 실험적인 성향을 증명하는 듯했다.
영화 속 또 다른 부분에서 그의 뚝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당시 영국의 예술 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기의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묵묵하게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의 옆에서 다른 동급생들이 그를 놀렸던 모양이다. 그때 당시 그는 오히려 자신의 작품으로 당당함을 증명하려고 그림 그리는 활동에 더욱 집중했다고 한다. 남다른 정신력을 지닌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위대해지려고 할수록 작아진다.’
위의 두 대목에서 알 수 있듯, 호크니는 작품과 함께 살고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다.
그리고 ‘호크니’라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호크니만큼이나 톡톡 튀는 편집으로 그의 개성 넘치는 인생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또한 다채로운 색감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들은 영상이라는 매체를 만나 더욱 감각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나아가 ‘더 큰 첨벙’, ‘클라크 부부와 퍼시’ 등이 만들어지는 데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그리고 호크니 그가 어떤 시기에, 어쩌다 그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 마치 영상으로 도슨트를 만나는 것 같기도 했다.
게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던 것, ‘클레롤’이라는 회사의 염색제를 사용해 금발을 고집했던 것, 캘리포니아의 분위기가 좋아서 그곳으로 이사했던 것, 사람들을 사랑했던 그가 겪었던 슬픔들… …..호크니 그의 인생이 주요 사건들과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작품들과 함께 씨실과 날실처럼 어우러져 펼쳐진다.
‘새롭게 보는 것은 새롭게 느끼는 것이다.’
남의 시선과 말에 더욱이 휘둘리기 쉬운 세상이고 단순히 듣는 것보다 어느 것이 중요한지 걸러내는 게 능력인 세상이다. 그래서 더더욱 개성 있고 고집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면 반갑다. 그리고 결국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시선을 지니고 살아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영상이라는 도슨트가 보여주는 호크니의 다채로운 인생을 다큐멘터리 영화 ‘호크니’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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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단 이아영
원문출처: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