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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야 Jan 25. 2019

[태국여행 그림일기]
싸와디 카! 나니네_3

아슬아슬 수속  


7시간 전에 왔음에도 


언니만 믿고 있었다.

아주 텅 비어있는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우리가 1번으로 체크인하겠네 하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고 여전히 우리가 있는 체크인 카운터에는 사람들이 없다. 언니가 체크인 안내 전광판을 보러 갔다 오면서 아직 오케이라고 눈을 찡긋거리길래 그런 줄만 알고 있었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탑승시간이 이제 거의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 오래 체크인 데스크가 안 열릴 수 있나? 

뭔 사정이 있나 보다, 그러고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다급하게 전화가 울렸다.


" 난리 났어! 거기가 아니야, 뒤편에 줄이 있네! 근데 큰일 났어,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빨리 와! "


짐을 챙겨서 우사인 볼트처럼 언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 이런. 망했다.



정말 사람들이 구름 떼같이 서 있었다. 아까 있던 곳과는 공기조차 달랐다.

얼굴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아, 정말 내 머리가 어찌 되었나? 이 무슨 엄청난 착각을 한 거지? 나도 오랜만에 와서 정신이 나갔구먼 "

체크인 전광판에서 무엇을 본거지? 다른 항공편을 착각해서 본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의 언니는 이러다 수속을 못할 수도 있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까 있던 곳은 알고 보니 셀프체크인 데스크였다. 오랜만의 공항인 데다 정보에 취약하다 보니 셀프체크인 안내판이 있었음에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하필 우리 항공편이 그날 셀프체크인이 안되었던 건지, 다른 문제가 있었던 건지 데스크가 텅 비다 보니 오픈 시간이 안된 것이라고만 여기고 어디 물어볼 생각도 안 했다.  

뒤늦게 달려온 어머니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비행기 놓치겠네" "우리 차례 오려면 한 시간은 더 걸리겠네" " 아 이러려고 내가 5시간 전에 왔냐" 


아, 진짜 나는 무려 7시간 전에 왔다고!  

  


정말 간발의 차로 탑승수속을 했다.

우리가 마지막이었다. 7시간 전에 왔는데!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는 행여나 하는 불안함이 계속 끼어들어 잠시도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끼리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벌써 진이 빠지셔서 고개를 떨구고 꾸벅꾸벅 졸고 계신 70대 어머니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일착으로 들어가서 빨리 엄마를 자리에 앉혀 편안하게 주무시게 하고 싶은 마음에 안내 승무원이 조금만 움직일라치면 줄을 서고 줄을 서고 하였더니 승무원이 웃었다. 우리 너무 촌스럽죠? 하려다가 말았다.

그렇게 했음에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줄 서기가 시작되었고 정작 우리는 한참 뒤에 서게 되었다. 

거참, 되는 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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