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점도가 높다고 느껴지는 날이었다. 머릿속의 공기를 환기하려 회사 밖으로 무작정 나왔지만 1mg의 효과도 없는 느낌이었다. 돌연 나는 싸구려 비닐봉지에 담긴 물 같은 기분이 된다. 연약한 거죽 안에 간신히 담겨, 누군가가 콕 찌르면 당장 무너지진 않더라도 조금씩 힘을 흘리며 사그라들다 형체도 남기지 않고 증발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에 잠긴다. 이상한 일이었다. 평소의 나는 누구나 인정하는, 다이아몬드도 부수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만치 단단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오래 할 직업은 아닌가- 의미 없는 산책을 하며, 무거운 공기를 힘겹게 헤엄치며 나는 생각했다. 이번 건이 끝나면 혼자서 동해안이라도 보고 와야겠다.